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김치냉장고의 진화

촛농불 2015. 4. 14. 12:24

[알아봅시다] 김치냉장고의 진화

뚜껑형 → 스탠드형… 보급률 90% '혁신경쟁'
1995년 '딤채' 열풍으로 전국 확산
김치보관·숙성용도 맞춤 기능 발전
세컨드가전 탈피 획기적변화 모색 

박정일 기자 comja77@dt.co.kr | 입력: 2015-04-13 18:53
[2015년 04월 14일자 18면 기사]

 
[알아봅시다] 김치냉장고의 진화
1995년 출시해 김치냉장고 열풍을 일으킨 만도기계(현 대유위니아)의 김치냉장고 '딤채' 첫 모델. 사진= 대유위니아 제공



김치냉장고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도 2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모든 가정에 하나씩은 김치냉장고가 있을 만큼 대중화 했습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대중화는 가전업체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일반 냉장고보다 사용빈도가 적은 만큼 수명이 긴 김치냉장고가 계속 잘 팔리려면 새로운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에 가전업체들은 사용이 편리한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의 제품 비율을 늘리는 등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어떻게 등장했을까요. 냉장고라는 기계는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김치냉장고의 원조는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입니다. 빠른 도시화로 소위 장독대를 둘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한국인의 필수품인 김치를 저장하기 위한 전문 냉장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커졌습니다.

처음 김치냉장고라는 제품을 내놓은 회사는 LG전자의 모태인 금성사입니다. 금성사는 1984년 3월 45ℓ 용량의 김치냉장고를 선보였고, 뒤이어 동부대우전자의 전신인 대우전자도 김치냉장고 제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이 제품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당시 주부들에게 김장김치를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개념이 너무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김치냉장고는 1995년 다시 등장해 열풍을 일으킵니다. 1995년 11월 대유위니아의 전신인 만도기계 아산산업본부는 김치의 옛말인 '딤채'라는 브랜드로 김치냉장고를 내놨고,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김치냉장고는 90년대 후반 주부들이 갖고 싶은 가전제품 순위에서 늘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고, 주부들 사이에서는 '딤채계'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알아봅시다] 김치냉장고의 진화
삼성전자의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지펠 아삭 M9000. 사진= 삼성전자 제공



딤채의 등장으로 김치냉장고 붐이 일어나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는 물론 여러 중소기업도 연이어 김치냉장고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 1995년에 약 4000대였던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1996년에는 2만5000대, 1997년 8만여대, 1998년 22만8000여대, 1999년 53만여대 등 매년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2년에는 한해 약 180만대 이상이 팔리며 최고 성수기를 이뤘고, 단일 품목으로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면서 김치냉장고의 보유율도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김치냉장고의 보유율은 2000년 11%, 2002년 33%, 2004년 48%, 2006년 63%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고, 2011년에는 90%를 넘어서면서 모든 가정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최초의 국산 제품이 나온 지 21년, 23년 만에 보급률 8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선풍적인 인기를 알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가전업체는 크기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김치뿐 아니라 수분에 민감한 채소나 육류, 생선과 같은 신속식품 보관에도 장점이 있기에, 소비자들은 더 큰 김치냉장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52ℓ 수준이었던 김치냉장고의 크기는 2000년대 들어 200ℓ까지 커졌습니다.

이후 가전업체들은 이제 편의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개별 온도 제어 기능을 앞세워 김치 보관 및 숙성용도뿐 아니라 냉장과 냉동 등 맞춤 보관이 가능한 김치냉장고를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급률 90%를 넘기면서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김치냉장고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했습니다. 이제 냉장고의 세컨드 가전에서 탈피해 가격이나 기능 면에서 독립적인 가전제품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김치냉장고에 김치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선 식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뚜껑형이 아닌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거의 일반 냉장고와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는 엄연히 기능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발효와 저장이 목적인 김치냉장고는 계속 일정한 온도와 수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저장실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 냉각 방식을 택하지만, 일반 냉장고는 냉장 저장하는 물건의 성격에 따라 칸별로 온도를 달리해야 해서 간접 냉각 방식을 주로 택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간접 냉각 방식으로도 정온을 유지하는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는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냉각 방식만으로 김치냉장고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는 없어졌습니다. 이제 가전업체들은 묵은지의 맛을 유지하는 기능, 가장 맛있는 김치의 상태를 표시해주는 김치통 등 여러 아이디어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치냉장고라는 시장 경계선이 모호해진 만큼 '혁신'이 가전업계의 생존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자료=대유위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