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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 브렉시트 공포…"그리스때보다 무섭다"

촛농불 2016. 6. 27. 18:37

가전업계 브렉시트 공포…"그리스때보다 무섭다"

[브렉시트 쇼크]2010년, 삼성·LG전자 유럽향 매출액 전년比 12.6% 줄어…"브렉시트 비롯 경기 둔화세 더 오래갈수도"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입력 : 2016.06.27 06:20

 

     
가전업계 브렉시트 공포…"그리스때보다 무섭다"
"그리스발 충격과 같은 위기, 다시는 안 오나 했는데…"

국내 한 가전업계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가 국내 가전업계에 번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 그동안 영국이 차지하던 위상을 고려했을 때 브렉시트 충격의 여파는 그리스 재정위기 논란 때보다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향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6%가 줄었다.

2009년 말 당시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무디스는 일제히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후 상당기간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향 매출액은 2009년 52조6000억원이었으나 이듬해인 2010년 45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2.6%(6조8000억원)가 감소했다. 특히 LG전자는 이 기간 매출액이 16조4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매출액이 40.9%나 줄었다. 판매 전체 품목 가운데 가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LG전자의 매출액 감소세가 좀 더 뚜렷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전제품은 경기변동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특히 큰 품목으로 꼽힌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Gfk는 2011년 EU(유럽연합) 가전시장에서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5.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브렉시트 영향에 따른 글로벌 경기위축은 당시보다 더 큰 폭으로, 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영국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스보다 훨씬 크다"며 "이번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력은 그리스 사태 당시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GDP 기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경제규모 5위 국가다.

영국 재무부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GDP(국내총생산)는 잔류시보다 최대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한 유럽증시가 올해 큰 폭의 하락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BNP파리바는 앞으로 수일 간 유럽 증시가 10~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위축은 투자 감소는 물론 소비 감소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영국에 이어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유럽 내 선진국가의 EU 탈퇴가 잇따를 경우 혼란의 정도와 지속성은 더욱 가중될 확률이 높다.

국내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영국향 매출액이나 유럽향 매출액은 큰 편은 아니어서 당장 큰 타격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경기 둔화세가 전세계로 번져 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럽향 매출액 비중은 삼성전자가 19.2%, LG전자가 10.3%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외환 시장이 급등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율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유럽 현지 법인에서도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