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이렉스 계량컵
- ▲ 시카고 커틀러리
변색되지 않는 용기부터 국물이 새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밀폐용기까지 다양한 주방용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방용품들의 홍수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와 전통을 지닌 '원조' 글로벌 주방용품들은 그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으로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이들은 반세기 이상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공통점을 지녔다. 또 우연한 발견을 통해 제품화된 사례가 많다.
◆100년 이어온 내열유리 브랜드 파이렉스
1908년 레일로드 랜턴을 위해 개발된 내열유리는 한 과학자에 의해 1913년 혁신적인 주방용품으로 재탄생했다.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레일로드 랜턴을 개발한 코닝사의 과학자 JT 리틀턴(Dr. JT Littleton)의 아내 베시부인은 베이킹 접시가 사용한 지 두 번만에 깨지자 쉽게 깨지지 않는 제품이 없을지 고민했다. 베시부인은 남편이 회사에서 가져온 내열 유리 소재의 작은 진해액 용기로 스펀지케이크를 만들었고 이것이 100년 전통의 오리지널 내열유리 주방용품 브랜드 파이렉스(Pyrex)의 탄생 배경이 됐다. 세계 최초 내열유리 주방용품 브랜드로 거듭난 파이렉스는 1941년 빨간색 눈금이 더해졌고 계량컵을 비롯해 1950년대 유행을 선도한 핑크색으로 만든 핑크 믹싱 볼, 1960년대 패턴을 입힌 노란 저장용기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페인트통 뚜껑에서 아이디어 얻은 타파웨어
프로 셰프들을 위해 탄생한 85년 전통의 미국 키친 나이프 브랜드인 시카고커틀러리(Chicago Cutlery)도 도축업자들의 칼을 연마하면서 만들어졌다. 1930년 도축업이 발달한 시카고에서 전문 도축업자들의 칼날을 날카롭게 연마하던 기업이 시카고커틀러리의 원조다. 이 회사는 1936년에는 최상의 칼날을 위한 26도 각도를 만드는 독자적인 기술력, 테이퍼 그라인드(Taper Grind™)를 접목해 일반 칼보다 날렵한 칼날로 높은 절삭력을 선보이는 전문 나이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플라스틱 밀폐용기 역시 우연한 아이디어를 통해 태어났다. 1940년대 초반까지 플라스틱은 신소재 화합물로 깨지기 쉽고 미끄러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과학자였던 얼 타파(Earl S. Tupper)는 내구성이 강하며 미끄럽지 않은 오늘날의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1946년 타파웨어 플라스틱 회사를 설립했다. 같은 해 페인트 통 뚜껑의 밀봉 효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밀폐력이 뛰어난 플라스틱 뚜껑 씰(Seal)을 개발한 것이 밀폐용기의 시초다.
◆압력솥 원조 휘슬러
독일 주방용품 브랜드 휘슬러(Fissler)는 세계 최초의 압력솥을 선보인 오리지널 압력솥 브랜드다. 1845년 독일의 발명가 칼 필립 휘슬러(Carl Philipp Fissler)가 창업한 이후, 1953년에 압력을 조절하는 다단계 압력계기가 부착된 세계 최초의 압력밥솥 비타빗 로얄(Vitavit Royal)을 선보이면서 국제 특허를 획득했다. 당시 휘슬러는 솥 내부의 높은 압력을 유지해주는 압력솥으로 요리를 하면 음식이 더 빨리, 맛있게 익어 선호도가 높지만 고압력에 의해 솥이 터지는 단점을 해결한 오늘날의 압력솥을 만들어냈다.
1975년에는 산소배출 장치인 유니메틱을 개발, 압력솥에 적용하면서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유니메틱은 솥 내부의 공기를 배출하고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서 진공 상태로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덕분에 비타민, 미네랄 등 식재료가 가진 영양소 파괴를 방지해주기 때문에 밥을 짓거나 찜, 탕같이 뭉근하게 오래 끓이는 한식에 적합해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압력솥 브랜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