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밥솥 업계가 중국에서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밥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다.


롯데하이마트 서울역, 강남·송파, 인천, 제주지역 매장 전기밥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4개 지역 매장 10곳서 올해 1분기 전기밥솥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고 전했다.
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0%나 급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말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이 밥솥을 한 번에 6~7개나 사갈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면서 “현재는 사드 영향뿐 아니라 인기 품목 트렌드가 바뀌면서 밥솥 판매량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쿠쿠와 쿠첸 등 밥솥 제조사는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국가 현안인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쿠첸 관계자는 “사드가 밥솥 매출에 미친 영향이 아예 없다곤 볼 수 없다”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기밥솥 판매량 감소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과 관광 상품 트렌드의 빠른 변화가 맞물려 발생한 결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성 한국 관광 금지 조치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9일까지는 관광객 수가 대폭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4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상품 품목도 변했다. 한때 전기밥솥, 로봇청소기, 녹즙기가 3대 관광상품이었지만 중국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수요가 화장품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나 라오스, 베트남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쿠쿠전자와 쿠첸은 동남아 유통망과 접선하거나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 시장이 한국 전기밥솥의 주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과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수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전기밥솥 대베트남 수출액은 720만1000달러로 전년 대비 56.9% 증가했다.
2015년 발효된 한-베트남 FTA로 전기밥솥 수입 관세율이 매년 인하되면서 그 성장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2024년에는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