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소형가전=싸다' 옛말, '명품' 열풍… 600만원 공기청정기까지

촛농불 2017. 5. 17. 08:22

'소형가전=싸다' 옛말, '명품' 열풍… 600만원 공기청정기까지

성능 넘어 '가치' 소비시대… 프리미엄 제품 확산, 가격차이 수배 달해
소형 가전도 양극화, 10년 이상 쓸건데…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017-05-16 07:00 송고 | 2017-05-16 09:25 최종수정


LG전자의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도'(왼쪽)와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LG전자, 삼성전자 제공) © News1

"600만원짜리 공기청정기, 70만원짜리 선풍기…"

소형가전도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중대형 가전보다 더 비싼 소형 가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명품 소비 트렌드가 의류와 가방 등 패션에서 가전제품으로까지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전회사들도 명품 가전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수익성까지 높일 수 있어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비자와 가전회사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캐리어 인공지능 18단 에어컨


◇ '비슷하지만 다른' 소형 가전… 가격차 100만원 '훌쩍'

16일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소형 가전제품의 가격을 살펴보면 프리미엄 제품과 동급 일반 제품의 차이가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단위까지 벌어져 있다. 평균적인 제품의 단가를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다. 대형 가전제품 중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냉장고, TV 등이 출시된 것과 비슷하게 중소형 가전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이 활성화된 셈이다.

독일 기업 '헬스에어테크놀로지 GmbH'의 공기청정기인 '나노드론'은 판매가가 무려 600만원대다. 한 프로모션에서는 제품 구매시 180만원 상당의 전자동의자가 사은품으로 지급되기도 했다.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는 모델별로 출하가가 74만9000원에서 121만9000원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블루스카이 공기청정기' 역시 모델별로 출하가가 32만~100만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공기청정기를 20만~4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싸다.  

물론 공기청정기는 청정면적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청정면적이 비슷한 모델을 살펴봐도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의 58㎡ 모델은 출하가가 89만9000원이고 블루스카이의 60㎡ 모델의 가격은 62만원이다. 이에 비해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의 동급 모델은 시중에서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이 많게는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나노드론 공기청정기는 운전모드에 따라 최대 132㎡ 공간을 정화할 수 있다.

청소기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무선 진공청소기인 '코드제로 싸이킹'의 출하가는 109만원이다.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다이슨의 무선 진공청소기 ‘V8’도 시중에서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비해 LG전자의 유선 싸이킹 모델은 10만~2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차이가 100만원 가까이 벌어져 있는 셈이다.

보통 집집마다 여러대씩 있는 선풍기도 수십만원대 제품이 즐비하다. 다이슨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날개 없는' 선풍기 'AM-07' 모델은 현재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50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다. 공기청정기능까지 갖춘 모델은 60만~70만원대에 판매된다. 일본회사 발뮤다의 선풍기도 구매하기 위해 50만원 이상이 든다.

다이슨의 공기청정 선풍기 '퓨어쿨링크(Pure Cool Link™)'. (다이슨 제품소개 홈페이지) © News1

◇ 프리미엄 가전, 편의성에 '건강' 더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특히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이 편리한 것은 물론 이용자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기능을 탑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공기청정기나 청소기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나노드론 공기청정기는 0.001㎛ 크기의 초미세먼지까지 정화할 수 있다.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도 일반적인 공기청정기보다 훨씬 작은 0.02㎛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청소기인 코드제로 싸이킹과 V8도 각각 작동 중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선풍기 날개에 아이가 다칠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LG전자 코드제로 싸이킹의 경우 출력이 동급 최고 수준인 205W임에도 최신 모터를 적용해 기존 제품 대비 무게는 400g 가볍다. 흡입력이 높아지면 무거워서 청소가 힘들고 가벼운 제품을 고르면 흡입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다만 성능이 뛰어나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어도 다른 제품 대비 수배까지 비싼 가격은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디자인도 더욱 중요해졌다. 다이슨의 무선 진공청소기는 성능뿐 아니라 화려한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선풍기 같지 않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고 발뮤다는 이용자들로부터 '소형가전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에서 성능도 성능이지만 '프리미엄'이라는 가치 자체를 부각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며 "편의 기능과 디자인 등 여러 방면에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가전제품의 수명이 10년 이상이라는 점도 '명품' 가전을 찾는 한 요인이다. 싼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을 하나 사서 오래 쓰는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한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2~3배 가격을 지불하고 명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