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활한 '소니' 히라이 사장의 생존전략

▲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사진제공=소니
최근 소니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 증가한 1조8600억엔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1576억엔으로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다.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5000억엔을 기록할 수 있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질주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소니의 최고경영자인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에는 별로 이견이 없다.
지난 2012년 소니는 창업 66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2000년대 들어 TV와 비디오, 오디오 등 거의 전 가전분야에서 삼성과 LG전자에 밀렸다. 야심찬 투자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음악과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분야에서도 적자가 누적되며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업 조직과 시스템에도 균열이 생겼다. 2005년 최고경영자에 임명된 영국 출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사내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명분으로 부서 사이의 칸막이를 높였다. 이는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런 난맥상은 5조 원대 손실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히라이 사장이다. 벼랑 끝에 선 소니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곧바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만성 적자에 빠져 있던 TV 사업부의 거의 모든 부분을 도려냈고, 컴퓨터 사업은 아예 접었다. 소니의 간판 브랜드인 워크맨도 누적 손실을 덜어내기 위해 분사시켰다.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소니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히라이 사장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직후 250여명의 내외신 기자를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소니를 바꿀 시점이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카메라와 게임, 스마트폰에 집중해 2015년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다." 그는 큰 폭으로 성장세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실적을 개선해 나갔다. 이미지 센서와 카메라와 게임 등 주력 분야에서 약진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동일본 지진과 환율 변동 등 대외 악재가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높게 평가할 만한 성과다.
일본 경제계에서 그는 '샐러리맨 신화'를 쓴 사람으로 명성이 높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히라이 사장은 어린 시절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다. 이 경험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도쿄에 있는 국제기독교대학을 졸업한 뒤 1984년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재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마케팅 부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조직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 지사의 국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승진했다. 그는 현지에서 능력 있는 파트너 업체들을 발굴하고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을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소니는 많은 수익을 거뒀다. 소니는 2006년 그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발탁했다가 4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임 사장이 실적 부진으로 경질되며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회사가 위기에 처하면서 입사 28년째인 2012년 일본의 간판 기업인 소니의 사령탑에 오르게 된 것이다. 소니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소니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덕에 소니 정신과 문화에 대해 정통했다. 이는 그가 추진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는 저력이 됐다. 소니의 아킬레스건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었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술 수준은 일본 기업들 중에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소니의 위기를 초래했다. 최고의 기술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각각의 부서는 물과 기름 같이 따로 놀았다.
히라이 사장은 이런 현상을 제대로 간파했고 '모노즈쿠리(장인정신)' 회복을 기치로 소니의 강점들을 모았다. 외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소니의 전 임직원을 초심으로 돌아가게 이끌었다. "상품이 최고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니는 기술을 모노즈쿠리를 통해 완성한다. 모노즈쿠리로 만든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친구에게도 추천하게 만든다." 한 언론과 인터뷰하며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밝힌 말이다. 그는 전임 회장이 소홀했던 기술 중시 문화를 재건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에 없어서는 안 될 첨단 센서들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센서를 깎는 장인이 돼야 한다." 히라이 사장이 즐겨 강조하는 이 말은 소니가 전 세계 센서 시장에서 절대 강가로 우뚝 서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소니 앞에는 너무 많은 대외 변수가 있고, 치열한 경쟁 탓에 히라이 사장의 질주가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핵심 역량에 힘을 모으고 장인정신을 극대화한 일이 소니에 딱 맞는 전략인 것만은 분명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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