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시장에서도 한번 사는 인생을 제대로 즐기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바람이 거세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인생에 한번뿐인 결혼을 앞두고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기 위해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이나 가구를 구입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과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 7월 예비·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혼수’가 1위(45.3%)를 차지했다. 결혼식 절차는 간소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대신 결혼 생활에 필요한 부분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혜진 일룸 마케팅팀장은 “활용도 높은 제품 몇 가지는 제대로 갖추고 나머지 제품은 구매하지 않거나 간단히 장만하는 신혼부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혼집 인테리어에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져 30대 중·후반 신혼부부가 늘어나면서 결혼 전 사용하던 제품을 결혼 후 그대로 사용하거나 실용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실속형 제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신 앞으로 오래 사용할 가전이나 가구는 가급적 프리미엄 제품을 고른다는 분석이다.
가전제품은 평균 교체주기가 10년 정도로 사용 기간이 긴 만큼 기능성을 중요하게 따진다. 특히 맞벌이 신혼부부가 늘면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무선청소기·로봇청소기 같은 스마트한 가전이 필수 혼수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A9’, 삼성전자 ‘파워건 150’, 다이슨 ‘V8 카본파이버’, 일렉트로룩스 ‘뉴에르고라피도’, 테팔 ‘에어포스 360’ 등 글로벌 가전 기업들도 앞다퉈 고가의 무선청소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 에어 워셔(공기세정기), 에어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등 실내 공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제품과 세탁물을 실내에서 건조할 수 있는 의류 건조기, 스타일러 같은 틈새 가전도 혼수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능은 기본이고 인테리어 효과까지 갖춘 예쁜 디자인의 토스터·커피머신·전기주전자 같은 소형 가전도 신혼부부 혼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소파로 연출한 거실 공간. [사진·한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26/8600d5bb-b372-45e7-84fb-faafabfb7efe.jpg)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소파로 연출한 거실 공간. [사진·한샘]
집안일 돕는 스마트 가전은 필수품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는 가구 역시 기능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 1순위다. 최근 가구업계에 불고 있는 프리미엄 침대 열풍이 이를 뒷받침한다. 각도를 조절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전동침대(모션베드)가 신혼부부 혼수 품목으로 떠올랐다. 일룸·한샘·체리쉬·까사미아 등 주요 가구 브랜드는 모션베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신혼 때는 퀸 사이즈 침대로 사용하다가 자녀가 생기면 작은 사이즈의 침대를 추가해 패밀리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 침대도 등장했다. 소파도 거실 크기에 맞게 자유롭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모듈형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이동식 시스템 옷장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맞춤형 드레스룸으로 꾸밀 수 있는 제품도 눈에 띈다.
반면 유행이 자주 바뀌는 침구류나 인테리어 소품, 식기류, 주방용품 등은 그때그때 교체할 수 있는 실속형이 신혼부부의 선택을 받고 있다. 식기류의 경우 과거에는 10인조 이상의 세트를 한 브랜드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했다면 최근엔 여러 브랜드에서 마음에 드는 한두 가지 그릇을 구입해 ‘섞어 쓰기(믹스앤드매치)’가 트렌드다. 세트 구매 대신 크기나 디자인별로 접시·볼을 구입하거나 테이블 매트, 커트러리 등 마음에 드는 소품을 하나씩 구매해 상을 차리는 젊은 부부가 많다. 한식기와 양식기 구분 없이 취향이나 분위기에 따라 감각적으로 플레이팅할 수 있는 제품이 혼수 식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