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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에 대한 환상과 비전, 그리고 ‘엿보기’

촛농불 2015. 6. 22. 08:05

샤오미에 대한 환상과 비전, 그리고 ‘엿보기’“위기로 걸어가느냐, 비전으로 리드할 것인가”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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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1  14: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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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샤오미에 대한 단상은 극과극이다. 특허문제로 성장판이 닫혔다는 평가가 있지만 사업다각화의 기치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오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샤오미의 진짜 모습일까? 아니,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을 우리가 ‘감히’ 예상할 수나 있는 것일까? “이 기업은 어렵다”, 혹은 “이 기업은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라는 분석을 내릴 수 있는 것일까?

   
▲ 출처=샤오미

또 다시 샤오미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포브스를 비롯한 주요외신은 한국계 CEO가 이끄는 웨어러블 회사 핏빗(Fitbit)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소식을 비중있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직전 전날 주당 공모가격이 20달러로 책정됐던 핏빗은 첫 거래에서 20달러로 책정된 공모가격보다 48.4% 높은 주당 29.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마저도 당초 최대 19달러 선에서 공모가격을 정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공모주식 숫자를 기존 3450만주에서 3660만주로 늘리는 한편, 공모가격도 20달러로 높였다는 후문이다.

핏빗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들의 웨어러블 경쟁력 덕분이다. 실제로 핏빗은 기본적인 헬스케어 기능에 중심을 두고 퓨어펄스(PurePulse) 기술을 탑재한 심박수 측정 지원으로 탁월한 스마트밴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워낙 성능이 좋아 이용자의 ‘은밀한 잠자리’ 기록까지 구글에 기록되어 공개되는 바람에 소동을 일으켰을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워치보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스마트밴드가 웨어러블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핏빗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출처=핏빗

그런데 핏빗이 마냥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올해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34.4%를 장악하며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 지배자적 위치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흑자전환 및 기타 전략적 판단을 고려해야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핏빗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핏빗의 점유율은 44.7%에 달했다.

핏빗의 점유율을 상당부분 가져간 경쟁자는 누구일까? 바로 미밴드의 샤오미다. 이는 “웨어러블 시장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운신이 가벼운 스타트업의 기세 올리기가 가능하지만, 곧 막강한 조직력과 인프라를 가진 기업들이 공략을 시작하면 판도는 다시 바뀔 확률이 높다”는 말과 더불어 핏빗의 미래적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물론 100% 단정할 수 없지만 샤오미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일부 경험한 실력자다. 삼성전자와 같은 전통의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으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변화적 측면에서 살피면 샤오미는 이제 다크호스가 아니라 어엿한 ‘큰 시장의 큰 손’으로 봐야한다. 그런 샤오미가 웨어러블 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면? 현재의 핏빗은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핏빗은 미밴드의 흥행을 바탕으로 미밴드2를 준비하는 용의주도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의 IT매체 폰아레나는 IT트위터리안 업리크스(@Upleaks)의 웨이보를 인용해 터치스크린이 탑재되는 미밴드2 소식을 알려 눈길을 끌었다.

600만대가 팔린 미밴드의 가능성에 터치스크린이 들어가는 지점은 스마트워치의 편리성 중 하나인 시각적 효과(시계기능이 아닌)를 더욱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가격은 미밴드보다 비싸겠지만 일각에서는 NFC 기능의 탑재로 스마트폰과의 연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출처=샤오미

또 하나의 가족

물론 샤오미는 웨어러블 전용회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전용회사도 아니다. 최근의 샤오미는 전략적 스마트홈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스타트업의 기민한 후각까지 더해져 그 파괴력을 배가시키는 한편, 미펀이라는 팬덤을 운용할만큼 열정적인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품어가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혈압 측정기, 체중계, 어댑터, 스마트전구, 스마트TV, 스마트패드, 공기청정기, 액션캠 등 실제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메이주와의 협력도 상당한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어쩌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슬로건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샤오미다.

물론 미밴드를 기점으로 알리바바와의 협력도 눈에 들어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와 샤오미의 미 밴드를 조합해 조만간 웨어러블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샤오미는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을 통해 이들 기기를 모두 초연결의 패러다임으로 묶어 궁극적인 스마트홈을 추구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의 흐름을 타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을 지배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115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략적으로 1년에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단순히 금액으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다. 스마트홈을 잡아내면 이후 펼쳐질 ICT의 신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샤오미의 이러한 행보가 중국정부의 인터넷 플러스와 닮아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열렸던 중국의 양회(당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정치협상회의와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회)를 기점으로 중국정부는 시진핑 주석 시대 3년을 맞아 전통적인 사업에 인터넷을 더하는 인터넷 플러스, 그리고 스마트제조(제조강국 2025)를 화두로 삼았다.

   
▲ 중국 양회. 출처=뉴시스

여기서 인터넷 플러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각 사업에 인터넷을 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본 정책은 리커창 (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 플러스 액션플랜을 제시한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 경쟁력이 제조산업을 개조하고 바꾸는 알고리즘이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총망라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산업의 DNA를 개조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제조업 중심의 경제모델 성장한계를 인정하고, 촉매제이자 수단이자 목표로 ICT 인프라를 발전시켜 단숨에 선진국의 대열로 뛰어들겠다는 야심찬 국가적 로드맵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플러스가 왜 샤오미와 닮았을까?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자신의 한계를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사업다각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한편, 이 지점에서 ICT 경쟁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정부와 전제 자체는 다르다. 샤오미는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MIUI라는 운영체제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이 마저도 중국정부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샤오미가 저렴하고 훌륭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면 된다.

중국의 심천을 보자. 심천은 글로벌 휴대폰 생산의 50%를 장악한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성지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70%가 바로 심천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백개의 공장이 다채로운 디자인과 설비공정을 바탕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경우의 숫자를 제공한다. 샤오미도 이러한 제조 인프라의 수혜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본연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지는 정체성이 깃든다.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사업다각화라는 가치가 더해지며 그 가능성이 사물인터넷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정체성으로 삼아 풍부한 중국의 제조 인프라를 마음껏 활용하는 한편, 이 지점에서 카피캣으로 변신해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가졌다.

또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중국정부의 인터넷 플러스와 비슷한 유인효과를 창출하며 또 한 번의 퀀텀점프를 실시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스마트폰의 강자이자 웨어러블 시장에서 핏빗의 강력한 경쟁자, 사업다각화적 측면에서는 전통적 제조업체의 ‘볼드모트’이자 스마트홈 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 메이주와 협력한 스마트에어컨. 출처=샤오미

특허, 그리고 특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합치, 그리고 강력한 배경과 인프라, 여기에 환경까지. 샤오미는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진 기업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특허다.

일단 실적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현재의 샤오미에게 실적문제가 큰 불안요소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기업이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거둬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틀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온전히 샤오미의 부진과 연결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업이익률이 지나치게 낮은 지점도 샤오미가 추구하는 정책, 즉 주변기기 및 소프트웨어, 그 이상의 종합 스마트 제조회사 중심의 실제적 동력과 연결하면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 특허다. 당장 샤오미는 특허문제에 발목이 잡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화웨이와의 특허료 협상도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다. 화웨이가 요구한 대당 최대 5%의 특허료에 대해 샤오미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공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이는 분명한 불안요소다.

화려하게 출발했던 인도시장 진출도 시장의 눈길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성과로 보자면 기대이하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도에서는 에릭슨의 특허 침해 의혹에 제품 판매가 금지되고 신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내놓은 공기청정기도 특허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여기서 샤오미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정공법인 것으로 보인다. 카피캣이면서 정공법을 택한다는 것에 어폐가 있지만, 표현이 미묘해서 정공법으로 쓴다. 일단 샤오미는 자체 기술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특허국에 미5 스마트폰을 겨냥한 버튼지문인식기술을 등재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지문인식센서와 홈버튼을 일체화시켜 터치 버튼에 글래스 레이어를 깔아놓은 기술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결국 샤오미는 모방으로 ‘초반러시’에 돌입하는 한편, 인프라도 확장되고 문제도 생기기 시작하는 ‘중후반 러시’에서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하는 전형적인 카피캣 스타일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이 이를 방치할 것인가에는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샤오미는 이러한 전략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다. 레인 쥔 샤오미 CEO는 최근 “지난해에만 231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는 성숙해졌으며 글로벌 경쟁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샤오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샤오미의 행보는 분명하다. 원하는 것이 확실하며, 그 가능성도 전형적이지만 훌륭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특허라는 치명적인 약점과 더불어 내외부의 압력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이제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샤오미는 대륙의 대세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샤오미를 대하는 우리 모두의 긍정적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