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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반쪽짜리 할인행사 되나
촛농불
2015. 10. 5. 07:19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반쪽짜리 할인행사 되나
2015.10.02 00:00:00
[미디어잇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얼어붙은 국내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산자부에 따르면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백화점, 대형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와 전국 200여 곳의 전통시장, 16개의 온라인 쇼핑몰 등 총 2만 7000개 점포가 참여한다. 정부 주도 할인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 같은 대대적인 정부 주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저렴하게 대형가전을 구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연말 할인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연중 가장 높은 할인률을 자랑하는 세일 행사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뜻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일반적으로 주말을 포함한 3일간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뜻하며, 이후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할인행사 ‘사이버 먼데이’가 이어진다.
그 뒤에도 연말 바겐세일까지 쉬지 않고 이어져,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연말, 그리고 연초까지 상당수의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유통사 자발적 참여 아닌 정부 주도 행사의 한계 드러나
국내에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 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이른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10월 1일부터 2주간 진행한다. 아마도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유사한 의미인 추석이 끝난 이후인 10월 1일부터 실시하는 듯한데, 이름은 같지만 두 나라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꽤 많은 차이가 난다.
우선 미국은 유통사들이 재고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미국은 유통사들이 물건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즉, 제조사로부터 구매한 물건은 일정 기간 동안 판매되지 않으면 재고가 된다. 그 재고를 한 해 이상 넘기지 않고 헐값에라도 판매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할인판매이고, 그러다 보니 대대적인 할인 판매가 가능해진다. 가지고 있어 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신상품이 나오는 순간 어차피 할인판매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재고를 처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백화점이나 양판점에 제조사들이 입점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유통사들이 재고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공간을 임대해주고 임대수수료를 받다 보니 제조사가 자체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한 애초에 임대 수수료 이상의 할인 판매하기 불가능한 구조가 된다. 따라서 미국처럼 50~90% 할인판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부 품목, 일부 수량에 대해서만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하고 대부분 기존 할인에서 가격을 조금 더 낮추는 수준이 된다.
실제 유통업체 관계자는 “산자부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건으로 몇 차례 통화했는데 아직 ‘확정’이 아니라 (행사 기획이) 진행 중이라는 인상이었다”며 “산자부로부터 관련 포스터 등을 행사 직전에 받는 등 좀 급히 이뤄진 감이 있다”고 밝혔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참여하는 가전 제조·유통사는 ‘전자랜드’ 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가의 가전제품을 ‘블랙프라이데이’ 이름으로 싸게 구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전 제조사 중 LG전자는 이 기간 동안 따로 할인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 대상인 고사양 TV 일부 모델에 한해 가격 할인과 포인트, 캐시백 등을 추가로 증정하는 데에 그쳤다.
가전 양판점 중에서는 하이마트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대신 10월 한 달 동안 김치냉장고 100여 종을 특가 판매하는 ‘김치냉장고 대전’ 행사를 연다.

▲사진=전자랜드프라이스킹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가전제품 제조사와 유통사 중 유일하게 이번 산자부가 주관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할인판매 품목을 살펴보면 아남전자의 48인치 UHD TV가 54%, 쿠첸의 전기압력밥솥 WHC-VE1075S가 44%, 동양매직의 전기레인지 ERA-B30HE가 37%, 그리고 위니아의 에어워셔 AWN-B365B가 40% 할인된 가격에 각각 판매된다. 할인율이 높은 편이지만 거의 모든 제품에 이 같은 할인율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공식 홈페이지 만들었지만 관련 정보는 거의 없어

▲사진=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공식 홈페이지
한편 산자부는 1일 블랙프라이데이 공식 홈페이지(http://koreablackfriday.org/)를 개설하고 ‘언론에서 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란을 노출하고 있다. 해당 부분을 클릭하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호의적인 기사만을 묶어놓았다. 이 기사만 보면 거의 모든 제품을 거의 절반 값에 구입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참여업체 보기’란을 클릭하면 참여 업체 상호가 나타난다. 그런데 각각의 해당 업체 상호를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연결될 뿐,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어떤 제품을 할인판매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참여 전통시장 보기’를 클릭하면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명과 소재지, 상인회 전화번호가 나타난다. 그 위쪽의 ‘자세히 보기’를 다시 클릭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이 뜨며, 엑셀 파일 형태로 된 첨부파일을 다운로드해야 비로소 전국 200여 전통시장의 주요 할인행사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손쉽게 확인할 수 없고, 모바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미국처럼 자발적 할인판매가 이뤄지도록 해야"
작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에는 55인치 UHD TV를 900달러 내외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할인 폭이 컸다. TV 외에도 노트북, SSD, 사운드바, 스마트폰, 태블릿PC, 헤드폰 등 고가의 IT 기기들도 평소보다 50% 이상 인하된 가격에 판매돼 국내 해외직구 마니아들이 이 시기에 다수의 상품을 직구로 구입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온오프라인 쇼핑몰들이 대대적으로 할인행사를 펼쳤기 때문에 따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정보를 찾지 않아도 됐다. 즐겨 방문하는 점포나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면 할인 정보가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편의점까지 포함해 총 2만 7000개 점포만 할인을 하는 만큼 할인을 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미국만큼 할인율이 높지 않고 참여업체 수도 크게 부족한데다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할인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정부주도로 된 반쪽짜리 할인행사보다는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행사를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