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농불 2015. 12. 14. 08:31

(35) 김치냉장고 원조

[100자의 경제학]

 

장독대에 밀렸던 김치냉장고 '딤채' 나오며 필수 가전 대접


김치냉장고 시장이 올해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데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남부지방은 연말까지 김장을 담글 만큼 기후도 도와준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김치냉장고의 원조는 무엇일까요. 김치냉장고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건 1984년 당시 금성사(현 LG전자)가 첫선을 보인 'GR-063'이라는 모델입니다. 이 제품은 45L의 소용량 제품이었습니다.

이듬해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가 18L짜리 '스위트홈'이라는 모델을 내놨고, 삼성전자는 1992년에야 첫 김치냉장고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1~3위 가전사들은 초기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철저하게 쓴맛을 봤지요. 당시만해도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비율이 높다보니 장독대 대신에 별도의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너무 적었던 것입니다. 시대를 앞서갔던 김치냉장고는 이후 삼성 제품을 끝으로 3년간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던 1995년 당시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기계에서 김치냉장고 시장에 큰획을 긋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바로 '딤채'입니다. 딤채는 출시 직후 이전 제품들과 달리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출시 첫해 4000대 정도가 팔린 뒤 이듬해에는 판매량이 2만대까지 확대되며 김치냉장고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딤채는 대기업들이 다시 김치냉장고 시장에 가세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지요. 1990년대 후반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으면서 '김치냉장고=딤채'라는 공식까지 자리잡았습니다.
 
1990년대 본격적인 아파트 건설 붐을 제대로 간파한 당시 마흔살의 정몽원 만도기계 사장(현 한라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딤채를 김치냉장고 대중화의 효시로 보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올해 출시 20년이 된 딤채(대유위니아)가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며 지펠아삭(삼성전자),디오스 김치톡톡(LG전자) 등 대기업 제품들과 벌이는 3파전도 가전업계의 큰 볼거리입니다.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