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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 애플·다이슨·샤오미의 공통점
촛농불
2015. 12. 28. 15:42
‘혁신 기업’ 애플·다이슨·샤오미의 공통점
제품생산은 아웃소싱… 연구개발 · 디자인에 집중
날개없는 선풍기·소리없는 헤어드라이어 등 출시
디지털 디자인 · 3D프린팅 기술로 시장 급변할 듯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 | 입력: 2015-12-27 18:19
[2015년 12월 28일자 9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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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 '바이로봇' 직원이 완구용 드론의 설계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드론의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밀 금형과 사출 생산을 아웃소싱해 개발·생산비용을 약 30% 줄였으며, 올해 약 160% 정도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로봇 제공 |
■ 제조업 혁신, '소프트파워'가 답이다 (상)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제조업이 일본의 엔저 정책과 중국의 기술추격 등으로 '넛크래커'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조기술과 품질이 평준화·표준화되면서 기존의 양적 투입 중심 성장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조업계는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설계와 디자인 등을 차별화해 부가가치를 내는 '소프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소프트파워 변화 움직임과 국내 제조업의 혁신방안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애플 스마트폰과 나이키 운동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답은 각 분야의 1등 제품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공장 없는 제조기업'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이다. 애플과 나이키 본사는 제품 생산은 철저히 아웃소싱하고 연구개발과 디자인 등 '소프트파워'에만 집중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제조업에서 소프트파워란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무형의 생산요소인 기획과 설계,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역량을 말한다.
장비, 인프라 등 유형적 요소 중심의 경쟁력인 '하드파워'가 강조되던 산업시대와 달리,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제조단계별로 분업화가 일어나면서 기획과 설계, 디자인 등 소프트파워가 강한 기업이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지배한다. 제조기술의 품질이 평준화·표준화되면서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가'로 가치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애플 아이폰의 부가가치 흐름을 분석한 결과 기획·설계에서 부가가치의 47%가 나온 데 비해 부품은 13%, 조립은 단 '1%'에 불과했다. 가장 최신 모델인 '아이폰6S 플러스'의 판매가격 749달러 중 부품값은 231.5달러, 조립비용은 4.5달러로 추산된다. 실제 부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조립한 기업보다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기업이 훨씬 큰 과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비롯해 '종이봉투 없는 청소기', '소리 없는 헤어드라이어'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출시해 2013년 60억파운드(약 10조4300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인 영국의 가전제품 제조업체 다이슨도 소프트파워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가까운 중국의 샤오미 역시 자체 제조 기반 없이 소프트파워 역량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 UHD TV, 1인 전동 스쿠터, 공기청정기 등 IT기기부터 생활가전까지 기존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내놓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도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을 쏟아내 '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기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디자인과 3D 프린팅 기술 등의 확산으로 제조업의 진입 문턱이 더욱 낮아지면서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소비자의 기호가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보다는 감성적인 디자인과 융합을 통한 고기능성 등으로 옮겨가고, 자동차와 가전 등 대부분 제품이 '디지털 기기'로 변모하는 산업 트렌드에 따라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은 더 강조될 전망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기업들이 이미 시작된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이렇다 할 만한 대응전략을 내놓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제조업 위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프트파워 전문기업의 규모만 비교해 봐도 영국의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에이맥(AMEC)이 2만8000여 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약 7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비해 국내 선두업체인 S사는 7200명의 인력에 매출은 10억달러에 불과하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미국의 디자인 전문기업 이데오(IDEO)가 5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다. 15명의 전문인력을 두고 연 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보석디자인 전문회사 뮈샤가 그나마 규모와 경쟁력에서 눈에 띄는 기업이다.
경영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제조업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투자 확대로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업종 전반에 걸쳐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OECD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은 소프트파워 투자가 하드웨어의 1.5∼2배 수준인 반면, 한국은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투자 여력이 부족해 자체 역량 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종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창의산업정책실장은 "제조기술은 이미 중국이 다 따라왔기 때문에 소프트파워 역량을 올리지 않으면 더이상 격차를 벌리기 어렵다"며 "침체된 국내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어떻게 소프트파워를 생태계에 맞게 지원하고 활성화할 지 집중적인 연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