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디자인의 힘
[앵커의 눈]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디자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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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나무 조각이 파도처럼 물결 치는 모습.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왜 이런 데 돈을 들일까요?
오늘 [앵커의 눈]이 들여다보는 건 바로 디자인의 힘입니다.
◀ 앵커 ▶
먼저, 이름 없는 기업들이 디자인 하나로 성공한 사례를 나세웅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
숟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을 위한 그릇.
테두리 한쪽에 돌출된 부분이 있어서 음식을 흘리지 않고 편하게 떠먹을 수 있습니다.
용기 디자인만 바꿔서 실용성과 기능성까지 잡았습니다.
갓 창업한 회사지만, 제품이 벌써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과 유럽 등 8개 나라에 수출 계획이 잡혔습니다.
나무 숟가락과 포크에 받침을 일체형으로 만든 이 제품은 일명 '공중부양 식기'로 불리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판매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한국 도자기에 착안해 만든 이 스피커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톡톡 튀는 디자인 하나로 경쟁력을 높이는 제품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기 과자를 본떠 만든 화장품은 시각에 미각까지 자극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취향까지 고려한 고양이집.
일반 치약에 디자인 하나를 바꿔 한 달 만에 품절된 경우도 있습니다.
◀ 앵커 ▶
최고의 혁신 사례로 꼽히는 애플처럼 디자인은 세계적 기업들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화려한 기능도 없고 용량도 작은 이 냉장고.
그래도 몇 달씩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건 역시 디자인 때문입니다.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으로 가구의 반열에까지 올라선 스피커도 있죠.
삼성 이건희 회장은 10여 년 전 이른바 '밀라노 선언'에서 "삼성의 디자인은 1.5류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그 뒤 펼친 강력한 디자인 중심 경영이 이후 삼성이 시장 선두자리에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앵커 ▶
국내 디자인 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69조 원 규모로 금융산업과 맞먹고, 한류 같은 콘텐츠 산업의 2배가 넘습니다.
가능성이 이렇게 무궁무진하지만 디자인 하나를 성공시키려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까,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남의 디자인을 훔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안감 색상이 달라서 접어 신어도 예쁘다는 양말.
1인 기업이 만든 히트 상품을 대기업 계열사가 그대로 베껴서 내놨습니다.
소재와 색깔, 무늬까지 거의 똑같은 목도리.
하나는 중소업체 제품, 다른 하나는 그 뒤에 대기업이 내놓은 제품입니다.
외국 작가의 디자인을 표절하다가 국제적 망신을 산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한 대기업 제과점이 작년에 내놓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영국의 삽화 작가 짐 필드의 작품을 베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해당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 비난하자 부랴부랴 무단 도용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 앵커 ▶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디자인의 힘.
이제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사회 서비스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이걸 한번 볼까요, 영국의 한 병원에 가면 환자에게 주는 응급실 안내도입니다.
응급실에 환자가 워낙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였는데요.
자신이 몇 단계를 거쳐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디자인한 안내도를 곳곳에 붙여놨더니, 병원 내 폭력 사건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공공 디자인인데요.
김나리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신호등도 없는 초등학교 앞 작은 건널목.
아이들이 함부로 건너면 어쩌나 걱정스럽던 곳이었지만 작년 가을, 바닥을 노랗게 칠하는 이른바 '옐로 카펫'이 만들어지면서 달라졌습니다.
[정은서]
"여기 서 있으면 사고가 안 나요."
[심현우]
"어두우면 차들이 아이들을 못 보니까,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 줘요."
길에 색만 입혀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다니기 불안했던 좁다란 골목길, 무채색 담벽도 귀여운 디자인을 더하자 '걷고 싶은 길'로 바뀌었습니다.
[서나라]
"그림도 그려넣고 밝게 해 놓은 곳에는 좀 더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4년 전 처음 시작된 범죄예방디자인, '셉테드'입니다.
[김부성 교수/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외국의 사례에서는 (셉테드 효과로) 범죄율이 심지어 90%까지 줄었고, 50%까지는 금방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티커 한 장만 붙여도 지하철 안 민폐 승객이 사라지고, 바닥에 괄호 무늬 하나만 그려도 차례차례 줄을 서는 문화가 생겨납니다.
◀ 앵커 ▶
지폐에 디자이너 얼굴을 넣는 나라, 디자이너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
디자인 일류, 핀란드와 애플 얘기입니다.
디자인 투자,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죠.
우리 수준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