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가전Tech] '김치맛 바꾸는' 김치냉장고와 냉장고의 차이는?
촛농불
2016. 5. 9. 18:18
[가전Tech] '김치맛 바꾸는' 김치냉장고와 냉장고의 차이는?


입력 : 2016.05.06 08:00
결혼 2년차 직장인 박동수(35) 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한 시간 거리인 부모님 댁을 찾았다. 어머니가 저녁 식사 때 내놓으신 ‘어머니 손맛’ 김치는 언제나 꿀맛 같았다. 어머니는 김치를 비롯해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현관문을 나서는 박 씨의 손에 들려줬다.
일주일 후 박 씨는 김치를 먹기 위해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댁에서 먹었을 때는 적당히 잘 익어 맛이 좋았던 김치가 어느새 쉰 김치가 돼버린 것이다. 박 씨는 아내에게 김치가 쉰 이유를 물었는데, 아내의 표정은 싸늘했다. 아내는 ”김치냉장고나 한 대 사주고 얘기하세요”라며 투덜거렸다.
문을 열면 찬 공기가 나오는 다 같은 냉장고 같은데,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는 무슨 차이일까? 왜 김치맛이 달라지는 걸까?
- ▲ 김치 냉장고(왼쪽), 일반 냉장고(오른쪽) /조선DB
김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의 가장 큰 차이는 ‘냉각 방식’이다. 김치 냉장고는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보관 원리를 현대 기술로 구현했다. 김장철인 11월 하순 땅속 온도는 평균 섭씨 5도 수준.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섭씨 0도~영하1도 사이에서 유지된다. 이러한 온도 유지가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보관 원리다.
겨울철 땅속에 묻힌 김장독은 냉기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 김장독 내부 온도를 땅속과 비슷한 0도~영하 1도 사이로 유지한다. 땅속의 냉기가 김장독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 냉각 방식’인 셈이다. 김치 냉장고도 저장실 외부를 냉각코일로 감싸서 코일에서 흐르는 냉기로 저장실을 직접 냉각한다. 김치 냉장고의 저장실이 김칫독이라면, 코일이 겨울철 차가운 땅속 역할을 한다. 직접 냉각 방식은 온도를 유지하는 정온성이 좋고 수분 증발이 없어 식품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반면 일반 냉장고는 서양의 건조 음식 보관에 맞춰 냉기를 순환하는 ‘간접 냉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냉장고 벽면 안쪽에 부착된 냉각기가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온도를 차갑게 한 뒤 다시 배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냉장고 내부 온도가 자주 변하면서 음식물의 수분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김치 냉장고와 냉장고는 방안의 온도를 데우는 기술과 비슷하다”며 “방바닥 자체를 데우는 온돌 방식이 김치 냉장고라면 공기 온도를 높이는 온풍기는 일반 냉장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 ▲ 김치 냉장고 직접 냉각 방식의 원리 /대유위니아 제공
김치 냉장고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보다 무거워 위로 솟아나오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냉장고 내부의 냉기 ‘단속능력’이 일반 냉장고 보다 우수하다.
김치 냉장고를 이용하면 싱싱한 김치를 보통 4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숙성기에는 온도를 섭씨 5~7도로 유지하고, 그 뒤에는 0도로 조정해 놓으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 김치 냉장고 대중화 1등 공신 ‘딤채’…주부들 사이에서 딤채계까지 등장해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이 최초의 김치 냉장고를 만들었다. 금성은 1984년 3월 45리터(ℓ) 용량의 김치 냉장고를 선보였다. 뒤이어 동부대우전자의 전신인 대우전자도 김치냉장고를 내놨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나머지 이들 제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주부들에게 김장 김치를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 ▲ 금성이 개발한 최초의 김치 냉장고 광고의 모습 /LG전자 제공
1995년 연간 4000대였던 김치 냉장고 시장 규모는 1996년 2만5000대, 1997년 8만여대, 1998년 22만8000여대, 1999년 53만여대 등 매년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에는 180만대 이상이 팔리며 최고 성수기를 이뤘고, 단일 품목으로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교체 수요에 따라 연간 130만~150만대의 김치 냉장고가 판매되고 있다.
- ▲ 대유위니아가 개발한 최초의 ‘딤채’ 브랜드 김치 냉장고 /대유위니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