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749만원 냉장고·288만원 세탁기… 세계를 홀리다

촛농불 2016. 6. 3. 08:05

749만원 냉장고·288만원 세탁기… 세계를 홀리다

  • 채민기 기자
  • 입력 : 2016.06.02 03:07

    - '家電은 사양산업' 통념 깨다
    상위 1% 고객 집중 공략
    LG, 1분기 영업이익률 역대 최대… 삼성도 1000억원 넘는 이익 내
    - '수퍼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
    드럼세탁기에 통돌이 결합한 LG '트윈워시' 美서 큰 인기
    인터넷 허브 기능까지 추가한 삼성 '셰프 컬렉션' 판매 급증

    삼성전자·LG전자가 749만원짜리 냉장고, 288만원짜리 세탁기 등 깜짝 놀랄 정도의 초고가 제품을 내세워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두 회사가 1~2년 전 초고가 가전제품을 출시할 때만 해도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많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의 큰손들을 공략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대인 9.7%를 기록했고,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부문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家電)은 사양산업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글로벌 경쟁 업체인 미국 월풀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1분기 매출이 모두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LG는 세탁기, 삼성은 냉장고가 선봉

    LG전자 가전 부문은 1분기 매출이 일렉트로룩스를 약 2000억원 앞질렀다. 선봉은 '트윈워시' 세탁기다. 드럼 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해 흰옷·색깔옷, 겉옷·속옷 등을 따로 빨 수 있다. "나라마다 다른 사용 환경에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조성진 사장의 지시에 따라 8년간 공들여 개발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패밀리허브’냉장고 출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냉장실 문에 달린 액정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올 초 미국 가전 유통업체‘프라이스’매장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LG전자‘트윈워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패밀리허브’냉장고 출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냉장실 문에 달린 액정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올 초 미국 가전 유통업체‘프라이스’매장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LG전자‘트윈워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LG전자 제공
    트윈워시는 가장 비싼 모델이 288만원이다. 기존 LG전자 최고가 드럼 세탁기보다 93만원 비싸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만 하루 최대 700대 판매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세탁기의 히트 기준인 월 1000대 판매에 육박한다. 미국에서 트윈워시는 LG전자의 기존 프리미엄 세탁기보다 2배나 많은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LG전자 김경환 부장은 "작년 말 미국 출시 땐 트윈워시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는 매장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초고가 냉장고를 앞세운다. 2014년 첫 제품이 나온 '셰프 컬렉션' 냉장고를 '수퍼 프리미엄'으로 분류하고 신제품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유명 요리사들의 의견을 개발에 반영하는 셰프 컬렉션은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며 던진 승부수다. 인터넷 허브 기능을 추가해 올해 출시한 신제품 '패밀리허브'도 셰프 컬렉션의 일부다.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국내에서 20일 만에 1000대 판매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미국 전역의 대형 유통 매장에 4000대 이상을 전시하고 대대적인 출시 행사를 열기도 했다.

    "가격 저항 적은 1% 고객이 타깃"

    주요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1분기 매출
    이런 초고가 제품들은 가격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는 상위 1%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 불황 때에도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은 소비 위축과 같은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상위 1% 시장은 중저가 시장에서는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는 프리미엄 전략이 가격 상승만 부추긴다는 반응도 있다. 가전제품에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정해져 있는데, 제조사에서 그 이상의 기능을 자꾸만 추가해 값을 올려 받는다는 것이다. 동부증권 권성률 기업분석2팀장은 "전자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고가 시장에서 성공하면 향후 중고가 제품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