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중소형가전 시장, 끝없는 카테고리 확대 경쟁

촛농불 2017. 10. 12. 08:01

중소형가전 시장, 끝없는 카테고리 확대 경쟁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긍정적…파이 키우기 몰두로 고유기술 개발 소홀 우려도
입력 : 2017-10-11 15:40:13 수정 : 2017-10-11 15:58:39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로 중소형 가전시장 내 제품군이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덕분에 소비자의 선택기회는 늘어났지만 일각에선 틈새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경쟁이 도리어 기업의 고유한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중소형 생활가전 시장 규모는 2013년 3조6000억원, 2015년 4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20년에는 4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 가전 외에 전기 믹서, 식기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중소형 가전의 경우 보급률이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전문가들은 중소형 가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 가전 시장 확대의 주요원인으로는 소비트렌드 변화가 꼽힌다. 11일 김지원 KB증권 WM리서치부 수석연구원은 "소비트렌드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나를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예전부터 이어져 오던 웰빙이라는 트렌드가 예전의 먹거리 쪽에서 최근에는 공기와 물 같은 환경 부분으로 퍼지고 있다"며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틈새 수요들이 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기술 발전도 새로운 제품군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술이 발전하다보니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중소형가전이 나오고 있고, 또 배터리기술이 좋아지다 보니 핸디형 청소기 등 무선 제품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시장 경쟁 가열로 중소형 생활가전업체들이 고유 기술을 지닌 제품개발 외에 제품 카테고리 확대에 몰두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소형가전 시장의 경우 기술적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기업들간 제품군 확장 경쟁 속도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정수기 1위 기업 코웨이의 경우 정수기 외에도 공기청정기, 전기레인지, 착즙기, 리클라이너 소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제품군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SK매직 역시 정수기, 공기청정기,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오븐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중이다. 이밖에 교원웰스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커피머신, 전기레인지, 살균수기, 식물재배기 등의 제품군을, 휴롬은 원액기에 이어 티마스터, 반죽기 등의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필립스, 일렉트로룩스, 다이슨 같이 고유기술을 바탕으로 한 '킬러 제품'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기업보다는 '미투 제품'으로 가득한 기업들만 대거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오랜 전통을 지닌 기업들이 많은 유럽과는 달리 국내 시장의 경우 문화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면서 "공급자가 물건을 팔아야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제품이 많아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나 가전 쪽에서 모터나 필터 같은 분야의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다소 소홀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가전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일단 기업들이 대체로 파이를 키우는 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필립스 같은 외국 기업들에 비해 국내 중소형 가전 기업들은 업력이 짧기 때문에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경쟁에서 우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중소형 가전업체들간 제품군 확대 경쟁이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갤러리아명품관에서 다양한 소형가전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