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자연스러운 행동, 녹아들어야 좋은 디자인"

"사람들 자연스러운 행동, 녹아들어야 좋은 디자인"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입력 : 2017.11.01 03:00      

[訪韓 일본 대표 산업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환풍기서 영감 얻어 벽에 걸린 줄만 당기면 CD 재생되는 제품 등 디자인
"평범한 게 가장 아름다운 것… 사람들에 인간미를 주기 때문"

"좋은 디자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을 기분 좋게 바꾸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방한(訪韓)한 일본 대표 산업 디자이너인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61) '나오토 후카사와 디자인' 대표는 "사람의 마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솔직하다"며 "사람이 환경에 따라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파악해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범하지만 멋지다는 뜻의 '수퍼노멀(Super Normal)'이라는 개념을 만든 후카사와 대표는 공식 직함만 4개다. 자신이 설립한 나오토 후카사와 디자인 대표이면서, 다마미술대학 교수, 일본민예관 관장 등을 맡고 있다. 1996년 미국 디자인컨설팅회사 아이데오(IDEO)의 도쿄지사를 설립한 후 지사장을 지냈고, 2003년부터는 무인양품 디자인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으로 유명하다.

▲ 일본의 대표적인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무인양품 디자인 자문위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조형미술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인간의 본성에 맞는 디자인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는 건축, 가구, 가전 등 디자인 업계 전반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과 수퍼노멀은 다르다고 했다.

"미니멀리즘이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는 행동이라면, 수퍼노멀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입니다."

후카사와 대표의 유명한 디자인은 무인양품의 벽걸이형 CD플레이어다. 환풍기에서 영감을 얻은 이 디자인은, 벽에 걸린 줄만 당기면 CD가 재생된다. 벽에 매달린 줄을 보면 당기고 싶다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풍 디자인은 흔히 '젠(線)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차가운 느낌은 없는, 미국이나 유럽식 디자인과는 구분되는 형태다. 이에 대해 후카사와 대표는 "일본인의 미(美)에 대한 인식은 강하게 주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뒤로 숨는 겸허한 형태"라며 "이런 본성이 디자인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은 대지진 이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후카사와 대표는 "일본인들은 쓰나미로 휩쓸려 간 물건을 보며 '내가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로 인해 '심플하게 살기'라는 것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후카사와 대표는 현재 무인양품에서 '파운드 무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파운드 무지란, 전 세계 물건 중 '무인양품'의 본질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 이를 제품 디자인에도 활용하고, 현대적으로 개량해 출시하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중국 골동품 시장에서 중국 송나라 시대 그릇을 본 후 이 같은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한국에서는 항아리, 모시천, 숟가락, 옹기 등이 파운드 무지로 지정됐다. 후카사와 대표는 "파운드 무지에 선정되는 제품은 꼭 문화재급이 아니라 작자 미상의 서민적인 제품들도 포함된다"며 "특정 지역의 물건을 무인양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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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1/2017110100109.html#csidx2bf5d6f9c65b09b86a1c01c1b888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