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열린 CES 행사장 전경. /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제공
CES 2018 개막을 하루 앞둔 8일에는 총 17개 기업이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콘퍼런스는 오전 8시 LG전자와 보쉬를 시작으로 오후 5시 소니가 대미를 장식했다. 콘퍼런스를 진행한 주요 기업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핵심 키워드로 ▲연결 ▲플랫폼 ▲협업 세 가지 단어를 꼽을 수 있다.
◆ 거실 벗어나 집과 직장,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연결성'
이번 CES 2018의 주제가 '스마트 시티의 미래'인 만큼 주요 기업은 '연결'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연결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홈, 커넥티드 카 등 최근 IT 업계를 주름잡는 트렌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이기도 하거니와 기존에 거실에 머물렀던 연결성이 집과 직장, 그리고 이를 둘러싼 도시 전체로 확장된다는 CES 2018의 주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는 8일 전 세계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핵심 트렌드를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연결성'으로 정의했다. 이와 함께 삼성이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홈·비즈니스·모빌리티'라는 3가지 상황별 시나리오를 통해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연결성의 중심에는 40개 파트너사, 370개 기기가 연결되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확보한 '스마트싱스'가 있다.

▲팀 벡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이 CES 2018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연결은 자동차 업계에도 단연 화두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자율주행과 친환경, 여기에 커넥티드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하느냐다. 현대차는 CES 2018 콘퍼런스에서 운전자와 차량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능형 개인 맞춤 운전석 '콕핏'을 발표했다. 콕핏에는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운전 공간을 제공하는 차량 개인화 기술과 대화형 음성제어 기술, 운전자 생체신호 분석 웰니스 케어 기술이 집약됐다.
◆ 안에만 머물러서는 도태…밖으로 밖으로 열리는 '플랫폼'
IT 업계에서 '플랫폼'을 언급하지 않는 기업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은 스스로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든, 다른 좋은 플랫폼에 올라타든 선택을 해야 한다. AI, IoT, 자율주행 등 아무리 뜨거운 기술도 그 자체만 내세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IT 업계 중론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별 제품·서비스를 초월한 사업 구조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음성인식 AI 비서 플랫폼 '알렉사'로 작년 CES를 평정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핵심 엔진을 과감히 외부로 개방해 모바일 기기, 가전, 자동차,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제조사를 자사 플랫폼에 올라타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자극받은 구글은 이번 CES 2018에 처음으로 부스로 참여해 자사 음성인식 AI 비서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로 작년 아마존의 아성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AI 솔루션이나 서비스로 한정 짓지 않고 AI 플랫폼으로 내세운다. 삼성전자는 CES 2018 콘퍼런스에서 2020년까지 자사 모든 스마트 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각 스마트 기기는 빅스비를 탑재하거나 스마트싱스 클라우드의 AI 엔진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똑똑해진다. 특정 기기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플랫폼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보다.
LG전자도 딥러닝 기반의 독자 AI 플랫폼 '딥씽큐'와 함께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절히 활용해 다채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LG전자는 AI 분야에서 오픈 플랫폼, 오픈 파트너십, 오픈 커넥티비티 등 개방형 전략을 추진해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CES 2018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 LG전자 제공
플랫폼과 함께 최근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협업'이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가 어제오늘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격변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대규모 인수합병은 물론,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 이례적인 현상도 최근 종종 벌어진다.
LG전자는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NXP,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편의기능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독일 헬라 아글라이아와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ADAS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통신용 칩 시장 선두주자인 미국 퀄컴과도 커넥티드 카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 업계와 자율주행의 기반기술이 되는 AI 업계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와 협력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 CES 2018 콘퍼런스에서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진이 독립해 설립한 기업으로 유명한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동맹 구축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폴크스바겐그룹과도 손을 잡은 바 있다.
기아자동차는 CES 2018 콘퍼런스에서 SK텔레콤과 함께 5세대(5G) 통신망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했다. 기아자동차와 SK테레콤은 기술 협업을 통해 CES 2018에서 자율주행차 체험 시나리오, 5G 망을 활용한 한국·미국 간 실시간 영상 전송 시연, 5G 기반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