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가전 색상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메탈소재가 처음 적용됐던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화이트실버가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짙은 블랙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블랙 가전’ 트렌드는 더 짙게 더 넓게 퍼지는 추세다. 프리미엄화가 가속화하면서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에 적용됐던 블랙이 청소기,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까지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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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LG 스튜디오’의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시리즈’는 빌트인 냉장고, 더블 월오븐, 가스∙전기 쿡탑,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전 제품이 블랙톤이다. [제공=LG전자] |
삼성전자는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에 어두운 메탈실버 색상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공기청정기 전체 색상에 다크톤 메탈소재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인석진 상무는 “기존 스테인리스는 광택이 나고 다소 차가운 느낌의 소재였는데 이번 삼성 큐브에 적용된 소재는 여러 번의 세공을 거쳐 한층 더 따뜻하고 소프트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에 블랙을 입혔다. 높은 가격대 모델에만 어두운 메탈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감을 배가시켰다.
이미 블랙이 대세로 자리잡은 대형 가전은 소재와 질감에서 한층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연말 미국에서 무광의 블랙 스테인리스를 적용한 ‘매트 블랙’ 색상의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를 출시했다. 무광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광택이 없는 가구와도 어울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한국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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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8일 선보인 어두운 ‘메탈실버’가 처음 적용된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제공=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혼드 블랙(Honed Blackㆍ연마된 블랙)’이라는 새로운 색상을 내놨다.
표면을 반무광으로 처리해 블랙 색상의 세련됨을 강조했다. 최상위 라인업인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김치플러스’에 혼드 블랙 색상이 적용됐다. 프리미엄 냉장고 T9000에는 ‘블랙 캐비어’라는 색상을 더했다.
업계는 질감표현에도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스테인리스에 브러시로 긁는 방식으로 매탈느낌을 표현하거나 매탈소재에 투명한 펄감이나 대자연의 단층무늬를 넣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LG전자는 ‘핑거프린트 프루프’ 마감 처리로 지문이 묻어도 쉽게 지울 수 있게 하는 제품도 선보였다.
가전업계에 블랙 바람이 거세지는 이유는 프리미엄화와 인테리어 전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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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색상을 적용한 LG전자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제공=LG전자] |
업계 관계자는 “블랙은 다른 디자인 없이도 차분함과 중후함을 드러낸다”며 “특히 북미ㆍ유럽 시장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에 블랙이나 다크톤 메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점차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주방가전이 화이트나 실버 스테인리스에서 블랙 스테인리스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며 “5~10년씩 쓰는 가전에 짙은 블랙으로 품격을 높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