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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백화점 손님 조금씩 늘어… "메르스發 침체, 최악 벗어나"

촛농불 2015. 6. 25. 08:18

마트·백화점 손님 조금씩 늘어… "메르스發 침체, 최악 벗어나"

  •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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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6.25 03:04

    [위축됐던 소비 반등 기미]

    -유통업 매출 감소폭 줄어
    식품 매출 회복되고 있지만 야외용품은 살아나지 않아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침체
    카드 승인액 여전히 뒷걸음… 병원·숙박·관광업 등 부진

    24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1층 화장품과 잡화 매장을 둘러보는 수십 명의 고객 중에 마스크를 쓴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내데스크의 오다혜(24)씨는 "손님 숫자는 메르스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5층 식당가의 한식점 '가야'는 테이블 40개가 모두 차서 20명 이상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도 며칠 새 손님이 조금 늘었다. 1층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허은정(28)씨는 "2주 전엔 하루 온종일 손님이 10명 정도밖에 안 됐는데, 지난 주말부터 확실히 나아졌다"고 말했다. 손님이 뚝 끊겼던 남대문 시장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날 오후 삼익패션타운 1층 여성복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여성 바지를 판매하던 맹옥섭(58)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손님이 20명을 채우지 못한 날이 많았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70명쯤 된다"고 했다. 노점 매대에서 아동용 내의를 팔던 임동민(37)씨는 "최악은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이 좀 수그러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되면서 6월 들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상가 등에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과도한 감염 공포로 인해 '메르스 불황'이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컸지만, 메르스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도 전보다는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소비 위축이 좀 수그러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부터 소비 위축 풀리는 듯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액 감소 폭이 줄어들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실적이 'L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1위 대형마트 업체인 이마트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나 감소했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 환자 증가세가 완화된 지난 주말부터 고객이 서서히 늘기 시작해, 1~23일 매출은 작년보다 4.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이 갈수록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로는 식품 매출부터 회복되고 있다. 채소·육류 같은 식품 재료와 가공식품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매출이 작년보다 각각 1.0%, 2.5% 줄어든 정도다. 다만 의류나 가전제품은 아직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씩 감소한 상태다. 지역별로 보면 21일 이후 부산, 충북 충주, 경북 경산, 제주 등을 뺀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서울 은평·성수·가양점, 충남 천안점 등 일부 점포는 21일부터 3일간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1위 백화점인 롯데백화점(아웃렛 포함) 매출도 이달 18일까지는 작년보다 5.5% 감소했지만, 20일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23일 매출은 작년보다 4.9% 적은 수준이다.

    메르스로 인한 감소세가 진정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롯데백화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정장률.
    이마트 마케팅 담당 장중호 상무는 "6월 초의 극심한 '메르스 쇼크'에서는 벗어난 상태이지만, 본격적인 나들이 철인데도 야외용품 매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어 매출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여행 등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침체

    소비 심리 회복의 잣대라고 볼 수 있는 신용카드 승인액은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메르스 충격이 없었던 5월에 비해 6월 첫째 주(1~7일)는 신용카드 승인액이 -5.5%, 둘째 주(8~14일)는 -5.1%, 셋째 주(15~21일)는 -8%로, 감소 폭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병의원, 여가, 관광 업종이 여전히 큰 폭의 소비 위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 셋째 주에 숙박업 카드 사용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8%나 줄었다. 항공사(-15%)와 여행사 (-13.8%)도 비슷한 상황이다. 메르스 감염 우려로 환자가 줄어들면서 종합병원은 26.8%나 감소했다. 여가와 관련이 있는 헬스클럽(-7.5%), 수영장(-19%), 수족관(-41.5%)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소비 지표의 부진이 완화되는 조짐은 있지만, 서비스산업 부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비가 정상화되려면 기업이나 개인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