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비싸야 잘 팔린다?"...가전업계 '프리미엄' 열풍

촛농불 2016. 6. 17. 16:29

"비싸야 잘 팔린다?"...가전업계 '프리미엄' 열풍

일반 시장보다 높은 성장세 보이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LG전자, 삼성전자 등 초고가 제품 출시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6-06-16 11:33

 
TV가 1100만원, 냉장고는 850만원…

국내 가전업계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달구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일반 시장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중이다.

▲ LG 시그니처 제품군. ⓒLG전자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최근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고가·초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으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올 초 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이뤄진 초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LG SIGNATURE)’를 선보였다. 제품 가격은 올레드 TV가 1100만원, 냉장고 850만원, 트윈워시 세탁기 320만원, 공기청정기 149만원으로 이들 전체 구입가격은 2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당시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과연 몇 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을 선뜻 구입할 수 있을지, 초프리미엄 제품이 LG전자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지 등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같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LG 시그니처의 국내 판매량은 당초 목표를 2배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들과 입점을 요청하는 매장이 늘면서 올 상반기까지 LG 시그니처 입점 매장을 2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는 처음 계획보다 25%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 증가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LG전자의 브랜드 위상 강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성장이 정체 상태인 중저가 가전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신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LG 시그니처 브랜드 발표 당시 “몇 대가 팔리냐 보다는 ‘LG전자’라는 브랜드를 견인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며 “초프리미엄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영역은 존재한다고 보고 있고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도 슈퍼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 라인업에 속한 ‘패밀리 허브’를 출시했다. 패밀리 허브는 64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시 20일만에 1000대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인 로낭·에르완 부훌렉(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가 디자인한 ‘삼성 세리프TV’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삼성 세리프 TV.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서울 논현동 ‘두오모(Duomo&Co)’를 비롯해 ‘에이후스(A/HUS)’, ‘덴스크(Dansk)’, ‘인피니(INFINI)’,‘인엔(innen)’,‘모벨랩(Mobel Lab)’ 등 프리미엄 가구점에 삼성 세리프 TV 체험 공간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 동안 대형 TV 일부 모델이 몇몇 가구매장에서 선별적으로 선보인 적은 있었으나 프리미엄 가구점들과 협업을 본격화한 것은 세리프 TV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리프 TV는 40형 199만원, 32형 139만원으로 일반 TV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지만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중저가 가전에만 집중해왔던 동부대우전자도 최근 프리미엄 제품에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 올 하반기에 3도어 냉장고 ‘클라쎄 큐브’,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등 대형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대용량 냉장고, 대형 드럼 및 전자동세탁기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 개발과 판매에 필요한 투자재원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전업계의 초프리미엄 이미지 다지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의 ‘다이슨’, 독일 ‘밀레’ 등은 이미 초고가 전략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이나 밀레의 경우 억대를 호가하는 제품들을 들여와도 순식간에 팔린다”며 “프리미엄 제품은 중저가 제품 100개를 팔아야 나오는 수익을 한 번에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TV와 생활가전을 합한 세계 가전시장 규모는 약 35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초프리미엄 시장은 17조5000억원 안팎으로 전체 시장 대비 5% 정도지만 수익성과 성장세는 하위 95% 못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브랜드가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입으면 소비자들은 초고가 제품까지는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사기 위해 하위 제품군을 구입함으로써 낙수효과가 발생한다”며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