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개혁 성패 '전기밥솥'에 달렸다?
저가 제조업서 첨단 제조업으로…눈높이 높아진 중국인 수요 충족하는 게 관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6.08.04 11:02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전기밥솥이 중국의 경제 개혁 성패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그동안 저가 노동력에 의존한 제조업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경쟁력이 부쩍 약해졌다. 임금상승과 과잉설비, 베트남 등 주변국의 도전 탓이다.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경제 성장축을 제조업과 투자에서 서비스업과 내수로 바꾸는 경제구조개혁에 착수했다. 제조업 분야에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도 중국인들의 눈높이가 소득 수준만큼 높아져 이를 충족하는 게 중국 제조업계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전기밥솥은 중국 제조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국에서 전기밥솥은 필수품이지만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대개 1980년대 이전의 기술이 적용된 저가 제품이다. 가격이 20달러(약 2만2000원)에 불과한 이들 제품은 고장이 잦고 때론 화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중국 제조업계는 그동안 국내의 이같은 저가 제품 수요를 충족하며 성장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 가는 경제대국이 됐지만 세계 100대 브랜드(포브스 선정)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중국인들은 최근 늘어난 소득을 배경으로 일본산 전기밥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은 전기밥솥 종주국이다. 도시바가 1955년에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전기밥솥을 선보였다고 WSJ는 설명했다. 일본산 전기밥솥은 최신 제품 가격이 1000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인들은 일제 전기밥솥을 손에 넣기 위한 원정쇼핑을 마다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외제 수요는 전기밥솥뿐 아니라 화장품, 이유식, 비데 등 온갖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액은 2150억달러로 중국이 공식 발표한 국방예산을 웃돌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67%는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브랜드보다 품질이 더 낫다고 답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외제 선호 현상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소비를 자극하는 구조개혁을 해봐야 외국산 제품 수요만 늘어나면 국내 경제에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중국에서는 최근 수출 증가세가 부쩍 둔화했다. 중국의 총 수출액은 2005-2008년에 88% 늘었지만 2012-2015년에는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 제조업계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건 명확하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서에서 '혁신'을 64번이나 언급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양적 제조업을 질적 제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술개발이 필요한 제품 목록 1순위로 전기밥솥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당하지만 국내에선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도시지역 평균 임금이 지난해 연간 6만2000위안(약 1040만원)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2배 넘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MIDEA)와 '짝퉁 애플'이라는 비판 속에 급성장한 샤오미 등은 최근 전기밥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샤프의 하청업체로 2000년부터 유도가열 방식의 전기밥솥을 생산한 메이디는 최근 한국 기술자를 영입하고 직원들을 일본 공장에 파견했다. 이 회사가 제품 개발을 위해 사들이는 쌀이 1년에 200t에 이른다고 한다. 샤오미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기밥솥을 선보였다. 바코드를 읽어 쌀의 품종을 구별해 밥짓는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스마트 밥솥이다. 에어컨으로 유명한 거리(Gree)전기는 최근 '전기밥솥을 사러 일본에 갈 필요가 없다'는 구호를 내세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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