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정부가 10일 발표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환 산업기술정책관은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젝트”라며 내년 대선 후 정권이 바뀌면 프로젝트 추진 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9대 프로젝트는 무엇?
산업부는 자율주행차가 2035년 자동차 신차 시장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역량을 결집하는 데 나서기로 했다.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센서 등 8대 핵심부품을 2019년까지 개발하고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국산화에 힘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인공지능 기반 인식률 제고 기술 등 융합 신기술도 선점하도록 지원한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대구시와 통신인프라·위치측정 시설 등의 구축에 나선다. 내년부터 2년간 대구 자율주행차 규제프리존에서 시범 운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철강의 뒤를 이을 경량 소재 개발에도 나선다. 미래차, 항공기, 로봇 등 미래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경량소재에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타이타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알루미늄 등 4대 경량소재산업을 육성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2026년까지 인공지능 전문기업을 1000개로 늘리고,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30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도 적극 육성키로 했다. VR·AR의 불편한 착용감과 어지럼증 등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암, 심장, 뇌혈관, 희귀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도 추진한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2023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2020년까지 75%로 높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도시개발 경험과 ICT를 연계해 스마트시티를 개발한다. 도시기획 설계, 친환경 인프라, ICT, 문화 등이 결합된 융복합 도시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진료정보, 유전정보와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최적의 맞춤형 정밀의료 시스템을 구축한다.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와 우수한 의료기술, ICT 인프라 등 정밀의료 구현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이를 활용할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연구 및 산업화에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하고 국민 10만명의 진료정보, 유전정보를 수집·축적하고 개별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건강정보를 병원과 신약 개발자 등이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
재탕에 이슈 끼워 넣기
정부가 매번 발표하는 신산업 육성 정책을 보면 기존에 내놨던 정책을 되풀이하거나 이슈 몰이에 밀려 끼워 넣는 경우가 많았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2014년 13대 산업엔진 중 하나로 선정된 산업이다. 당시에도 산업부, 미래부, 국토부가 5년간 145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가상증강현실 중 AR은 은근슬쩍 이름을 올린 사례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VR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한 뒤 정부도 VR 육성을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5월 무역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도 신산업을 키우겠다며 꼽은 5개 산업에도 VR이 들어 있었지만 AR은 없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VR 안에 AR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포켓몬고로 A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용어를 빼낸 것”이라고 했다. AI 역시 알파고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뒤에야 다양한 육성책이 나왔다. 이슈가 되면 국가적 프로젝트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다 보니 뒷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의 경우 기술력이 급변하기 때문에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는 데 엄청난 시간과 물량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육성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도 큰 기대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율주행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7.5%에 불과하다. 경량소재도 타이타늄은 기술 자립도가 60%, 탄소섬유는 70%에 그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