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부터 독일 베를린은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열기로 뜨거웠다. 올해로 56회째를 맞은 IFA는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진행됐다. IFA 2016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으며, 50개국 1800여 업체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IFA는 볼거리가 풍성했다. 자동차 업계 인사가 처음으로 기조연사로 나서는 한편 글로벌 업체들의 소리 없는 혁신 전쟁은 더욱 치열했다. ‘가전박람회’답게 주인공은 가전이었는데, 자동차·웨어러블·가상현실(VR)·로봇 등 조연들도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열려 풍성함을 더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IFA 글로벌 마켓’이 운영됐다. 부품 제조업체 등이 고객인 가전업체를 만날 수 있는 B2B 장터다. ‘IFA 테크 워치 포럼’도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에서는 5개 주제를 놓고 강연과 패널 토론 등이 진행됐다. 또 첨단기술 분야의 석학과 기술자들이 참석해 미래상을 전망하는 'IFA+ 서밋'도 관심을 모았다.
![]() |
||
▲ 출처=뉴시스 |
벤츠 회장이 가전박람회 기조연설을?
기조연설에는 IFA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담기게 마련이다. 이번 행사 기조연설 면면을 보면 IFA가 단순 가전박람회가 아닌, 커넥티드카부터 가상현실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연사로는 보쉬-지멘스(BSH) CEO인 카르스텐 오텐버그가 나섰다. 그는 ‘연결된 부엌에서의 사용자 경험’이란 주제로 연설을 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미래 주방에 관한 내용이었다. ‘스마트홈’이라는 핵심 화두와도 연결된다. 오텐버그는 “주방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며 “기술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연사로는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IT와 자동차가 융합된 미래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제체 회장은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으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사무 공간으로 변하는 자동차(In-car office)와 배달 편의성이 높아지는 자동차(In-car delivery)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마이크로소프트(MS)·DHL과 협력해 구현한다고 전했다.
다음날 기조연설 화두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었다. 이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IBM과 AMD 인사가 연사로 나섰다. 마크 페이퍼마스터 AMD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가상현실에 대해 논했다. “가상현실은 1%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AMD는 이미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됐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각화 기술을 향상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는 헤리엇 그린 IBM 왓슨용 사물인터넷·커머스·교육 부문 이사였다. 화두는 단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었다. 그는 왓슨으로 “암을 치료하고 도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뒤 “왓슨은 그저 우리의 머리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 |
||
▲ 출처=삼성전자 |
삼성·LG 등 미래 가전시장 선점 예고
우리나라 기업도 베를린을 찾아 부스를 차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60개 기업이 경쟁력을 뽐냈다. 먼저 삼성전자는 ‘발상의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IFA 성격에 맞춰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유럽향 드럼세탁기 애드워시 신제품을 전시하는 한편 IoT가 적용된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또 빌트인 가전 풀라인업을 선보였다. ‘셰프컬렉션 빌트인’과 함께 세미 매트 블랙 색상을 적용한 ‘블랙 라인’과 트루 빌트인을 포함한 ‘컨템포러리 라인’을 공개했다. 2016년형 유럽향 퀀텀닷 SUHD TV 라인업도 전시했다. 14개 모델이었던 퀀텀닷 SUHD TV는 19개로 라인업이 확장했다. SUHD TV와 함께 AV 경험을 완성시키는 사운드바 등 AV 신제품들도 대거 공개했다. 신형 스마트워치인 기어S3도 이번 행사를 통해 공개했다.
LG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 부스를 차렸다. 지난해 IFA 대비 약 40% 늘어난 규모다. 슬로건으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내걸었다. OLED 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전시했다. 또 전시 부스와는 별도로 IFA 전시장 중앙의 야외 정원에 LG 시그니처 갤러리를 마련했다. LG전자는 시그니처 라인업에 세탁기를 추가했다.
더불어 전시관 입구에 OLED 사이니지 216대를 이용한 초대형 OLED 조형물을 구성해 관심을 끌었다.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 규모의 OLED 터널을 만들어 OLED의 강점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55인치 OLED 사이니지 216장을 이용해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 규모의 OLED 터널을 만들었다. OLED 사이니지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말고도 다수의 우리 기업이 IFA를 발판 삼아 글로벌 진출 모색했다. 먼저 국내 대표 로봇 업체 중 하나인 유진로봇은 두 번째로 IFA에 참가했다. 올해 IFA에서는 물류 로봇 ‘고카트 Ver 2.0’과 ‘고카트 미니’를 공개했다. 가구 업체 한샘도 모습을 보였다. 가구가 아닌 소형가전을 전시했다. 주요 전시품은 진공 블렌더 ‘오젠(OZEN)'이다. 위닉스도 참가했다. 주력 제품인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 라인업을 선보였다.
![]() |
||
▲ 출처=LG전자 |
독일·일본·중국, 각각의 경쟁 무기는?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도 돋보였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모습이었다. 독일 대표 가전사인 밀레는 대규모 전시장을 마련했다. 전시공간의 10%인 3000㎡를 차지했다. 슬로건으로 ‘소중한 모든 순간과 함께, 밀레’를 내걸었다. 친환경적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400여개의 생활가전제품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새로 선보인 진공청소기 ‘블리자드 CX1’이 주목받았다. 밀레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다.
독일 지멘스도 네트워크 기반의 스마트 가전 들고 나왔다. 지멘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는 곳이 집’이라는 주제로 냉장고·세탁기·오븐·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앱으로 조종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개했다. 지멘스의 스마트홈은 허브 역할을 하는 로봇을 통해 집안의 가전기기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특징을 지녔다. 한편 에너지 효율을 높인 냉장고, 친환경 세탁기 등과 스마트 커피머신도 소개했다.
중국과 일본 기업 부스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근 국제 박람회에서 이어지던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카피캣’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처럼 이들은 조금이라도 앞선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저력도 여실히 확인됐다. 자존심을 구기던 ‘전자강국’이 완벽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초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정밀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스카이워스의 경우 양면 OLED TV를 전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55인치인 이 제품은 '더블 사이디드(Double Sid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OLED TV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하이얼은 4K UHD TV·4K 커브드 TV를 전시했다. 하이센스와 창홍 등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편 올해 IFA 기술혁신상 금상에 TCL의 퀀텀닷 UHD TV(모델명 Q65XIS-CUD)가 선정됐다. 이외에도 화웨이와 레노버가 모바일 디바이스 신제품을 공개했으며, 글로벌 소형드론 시장 1위 DJI도 참가해 드론 비행을 시연했다.
한편 일본 기업들도 올해 IFA에 참가해 정밀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초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전자강국’의 부활을 꾀했다. 소니는 새 플래그십 오디오 라인인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초프리미엄 전략을 여실히 보여줬다. 시그니처 시리즈는 ‘당신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라인업이다. 소니는 새 스마트폰도 공개했다. ‘엑스페리아 XZ’와 ‘엑스페리아 콤팩트’를 내놨다. 파나소닉은 ‘초연결 사회’를 구현하는 스마트 플러그, 리모컨, 센서, 스마트 디스플레이, 스마트 와인셀러 등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을 소개했다.
![]() |
||
▲ 출처=뉴시스 |
웨어러블부터 로봇까지, 주연 노리는 조연들
한편 주인공 자리를 노리는 조연들도 많았다. 먼저 올해 IFA에서도 웨어러블 기기가 조연으로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전통 시계의 느낌을 강화하고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더한 기어S3를 공개했다. 핏비트 역시 베를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제품 ‘차지2’와 ‘플렉스2’가 주요 전시품이다. 소니는 전자종이를 사용해 시계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스트랩까지 변화하는 스마트워치 ‘FES 워치U’를 공개했다. 소니는 전자종이를 사용해 시계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스트랩까지 변화하는 스마트워치 ‘FES 워치U’를 공개했다.
로봇도 전시장 곳곳을 누볐다. 이번 IFA에서는 특수한 목적에 대응하는 로봇 제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 일본 벤처 세븐드리머스의 ‘론드로이드’는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로봇 중 하나다. 론드로이드는 IFA 전시장에서 빨래 개는 모습을 시연했다. 우리나라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 RF(알에프)의 ‘윈도우 메이트’도 유용한 로봇이다. 이 제품은 이른바 ‘유리창 청소로봇’이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IFA 현장에서 생활로봇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IFA에서는 특히 모바일 PC의 두께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cm’라는 상징적인 벽이 허물어졌다. 중국·대만 등 중화권 업체에 의해서다. 먼저 중국 레노버는 두께 9.6㎜, 무게 690g의 투인원 태블릿PC ‘요가북’을 선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인원이다. 대만 에이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한 ‘에이서 스위프트 7’의 두께는 9.98㎜로 채 1㎝가 안 된다. 무게는 1.1kg으로, LG전자 그램 시리즈에 비하면 다소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