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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Tech] 물러간 더위 무풍 에어컨, 13만5000개 미세구멍의 '비밀'⋯코안다 효과에서 답을 찾다

촛농불 2016. 9. 22. 19:23

[가전Tech] 물러간 더위 무풍 에어컨, 13만5000개 미세구멍의 '비밀'⋯코안다 효과에서 답을 찾다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6.09.17 14:00

    “킁...킁...킁… 아아앙~~ 엄마 코가 너무 말라서 아파요.”

    4살 짜리 아들을 둔 주부 김선경(33)씨는 에어컨 때문에 고민이 많다. 무더운 폭염 날씨 속에 에어컨을 켜놓고 잠을 자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만 것이다. 에어컨의 찬바람이 몸에 직접 닿으면서 아이의 코가 마르기 시작하더니 코피까지 났다. 김 씨 역시 찬바람을 직접 쐬면서 머리가 ‘띵'해지는 냉방병으로 고생 중이다. 김 씨는 육아 커뮤니티에 이러한 고민을 얘기했고,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공감 댓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한결같이 “에어컨이 좋은 데, 찬 바람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에어컨의 찬바람은 사용자의 몸에 직접 닿으면서 코건조, 감기 등 냉방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 /조선DB
    에어컨의 찬바람은 사용자의 몸에 직접 닿으면서 코건조, 감기 등 냉방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 /조선DB
    ◆ 무풍 에어컨의 비밀

    최근 부모들의 ‘에어컨 걱정'을 덜어줄 제품이 출시됐다.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바람이 없는 ‘무풍(無風) 에어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무풍 에어컨(Q9500)은 기존 에어컨처럼 바람을 내보내는 유풍 기능과 함께 바람이 없는 무풍 등 두가지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유풍 모드의 경우 강력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희망 온도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이후 무풍 냉방을 통해 찬 바람을 맞지 않고도 실내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무풍냉방을 사용할 경우 동급의 에어컨에 비해 전기 사용량을 최대 85%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불쾌감을 없앤 무풍 에어컨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출시 200일 만에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무풍 에어컨은 찬바람을 싫어하는 엄마와 코건조로 고생하는 자녀, 시원함을 원하는 아빠까지, 에어컨 소비자의 모든 니즈를 만족시킨다.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은 13만5000개의 미세구멍을 통해 공기가 흘러 바람을 느낄 수 없다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은 13만5000개의 미세구멍을 통해 공기가 흘러 바람을 느낄 수 없다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① 무풍 에어컨?⋯13.5만개 미세구멍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풍 에어컨은 사실 무풍이 아닌 유풍(柔風)이다. 다만 직경 1㎜인 작은 마이크로홀(미세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공기 입자가 초당 0.15미터(m/s) 이하의 느린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찬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삼성전자의 무풍 에어컨을 놓고 ‘무풍'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과장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무풍보다는 ‘미세풍(微細風)'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주장하는데도 일리는 있다. 미국 냉공조학회(ASHRAE)에 따르면 콜드 드래프트(Cold Draft, 차가운 공기 흐름에 의한 원하지 않는 몸의 냉각)가 없는 초속 0.15m/s 이하의 바람을 ‘스틸 에어(Still air, 정체된 공기)’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틸 에어를 무풍으로 해석했고, 이를 강조해 제품명도 무풍에어컨이라고 표현했다"며 “제품에서 1m 떨어진 곳에서 바람이 느껴지지 않으면 스틸 에어의 기준을 충족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무풍 에어컨은 바람 없이 시원한 자연의 쾌적함을 제공하자는 목표로 바람의 강도 대신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에어컨 상단에 장착된 3개의 바람문(바람이 나오는 문)이 모두 닫히면, 차가운 냉기가 하이브리드 유로(바람의 길)을 통해 약 13만5000개의 마이크로 홀에서 나오게 된다. 바람 없이도 한 여름밤 동굴에 들어간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풍 에어컨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원리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무풍 에어컨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원리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② 공기와 찬 금속이 만나면?⋯코안다 효과 응용해

    무풍 에어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메탈 쿨링 패널은 말 그대로 금속 소재의 냉각판을 말한다. 차가운 냉기를 먹은 금속을 따라 공기들을 흐르게 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메탈 쿨링 패널 기술은 냉장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6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지펠아삭 김치냉장고는 제품 내부 벽면과 도어,선반, 김치를 담는 김치통까지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메탈 쿨링은 금속의 뛰어난 복사 냉각 및 열전도 성능에 의해 보관 식품을 빠르게 냉각 시켜주며, 냉장고 내부의 온도를 전체적으로 고르게 유지 시켜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속은 유리, 플라스틱에 비해 냉기를 오래 담아둘 수 있어 김치냉장고의 핵심인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 좋은 소재"라며 “바람이 세기가 약해 공기 입자가 이동하면서 온도가 높아질 수 있는 문제를 메탈 쿨링 패널을 통해 한번 더 온도를 낮추면서 바람없는 시원함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헨리 코안다 박사
    헨리 코안다 박사
    또 무풍에어콘의 메탈쿨링패널에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원리와 같은 ‘코안다 효과’를 응용했다. 코안다 효과는 1930년 루마니아의 과학자 헨리 코안다(Henri Coanda)가 발견한 것으로, 유체가 굽은 물체를 만나면 표면의 곡선을 따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도꼭지에 물을 틀고 손가락이나 숟가락을 갖대 대면 물이 면의 굴곡을 따라 방향을 바꾸는 현상과 비슷하다. 또 흔히 주전자나 유리병에 있는 물을 컵에 따르는 경우 물이 주전자 벽면을 따라 흐르는 것도 코안다 효과다.

    바람이 메탈쿨링패널에 부딪히면서 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코안도 효과로 인해 바람에 가속도가 붙게 되는 식이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에도 이 원리가 응용됐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빨아들인 공기를 둥근 테두리에 따라 빠른 속도로 흐르게 해 시원한 바람으로 증폭시킨다.

    ③ 비행엔진・수리부엉이에서도 힌트 얻어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에는 다양한 과학원리들이 적용됐다. 먼저 무풍이 아닌 유풍 모드로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항공기 제트엔진에서 착안해 개발된 ‘하이패스 회오리 바람’을 통해 찬바람을 빠르게 순환시킨다. 바람을 더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같은 전력으로도 보다 넓은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항공기 제트 엔진의 경우 공기를 받아들인 뒤 폭발, 연소 시킨 뒤 후면으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무풍 에어컨에는 3개의 바람문이 있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한 개부터 세 개까지 가동량을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외출에서 돌아온 후 강한 냉방이 필요할 땐 세 개의 바람문을 모두 가동시키고, 어느 정도 온도가 떨어진 다음엔 바람문 수를 조절할 수 있다.

    무풍 에어컨은 3개의 바람문을 가지고 있고, 바람문의 사용에 따라 소비전략을 최대 85%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무풍 에어컨은 3개의 바람문을 가지고 있고, 바람문의 사용에 따라 소비전략을 최대 85%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블로그 캡처
    또 무풍 에어컨은 3도 정도 뒤로 기울어져 설계됐다. 급속냉각 시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내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실험한 결과다. 약 43㎡(약 13평) 공간을 기준으로 7분 만에 실내 온도를 33도에서 25도까지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은 실외기에도 특별한 기술이 숨겨져 있다. 그동안 실외기는 거대한 팬이 돌면서 소음과 전력사용량을 높이는 주범이었다. 무풍 에어컨 실외기는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할 때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소음 없이 날갯짓을 하는 데서 착안, 팬에 홈을 파 소음을 줄였다. 이를 통해 소음은 줄이면서도 전력효율은 30% 좋아졌다.

    무풍 에어콘 실외기 팬은 수리부엉이의 날개 처럼 디자인해 소음은 절반으로 소비전력은 30% 낮췃다. /삼성전자 홈 페이지 캡처
    무풍 에어콘 실외기 팬은 수리부엉이의 날개 처럼 디자인해 소음은 절반으로 소비전력은 30% 낮췃다. /삼성전자 홈 페이지 캡처
    이밖에 무풍 에어컨은 실내 온도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최소 10%에서 최대 160%까지 자동 조절하는 초절전 인버터를 도입해 일반 제품에 비해 전기 요금을 최대 82% 아낄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에어컨에 탑재한 ‘8극 모터’의 덕분이다.

    8극 모터는 기존 4개의 모터 내 자석을 8개로 늘려 원형에 가깝게 구현한 모터 방식을 말한다. 기존 모터보다 컴프레서 진동을 감소시켜 소음을 줄일 수 있고 향상된 운전능력으로 최대 냉각속도에 더 빠르게 도달해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이다. 이 기술은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공조 전문 전시회 ‘2016 모스트라 콘베노 엑스포(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16)’에서 ‘고효율 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 무풍 에어컨, 삼성 R&D 결과물⋯금속 소재 찾는데 2년 걸려

    전문가들은 무풍 에어컨의 흥행에 대해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무풍 에어컨 개발을 위해 4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개발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점은 ‘미세한 바람을 균일하게 내보내는 방법'이었다. 금속을 사용할 경우 공기와 금속의 온도 차가 발생해 물방울이 맺힐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찬바람이 나오는 에어컨 외부 마감은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기로 인한 오염과 고장을 막지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무풍 에어컨 개발 초기, 금속이 아닌 ‘천’ 소재를 이용했다. 차거운 공기가 천을 통과할 때 바람은 줄고 냉기는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에어컨은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천 소재는 구멍이 나거나 마모로 인해 늘어나기 일쑤였다. 또 물기가 묻고 건조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세균이 자라기 쉬웠고 세탁을 하는데도 어려웠다.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출시하기 전에 진행했던 소비자 조사 데이터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출시하기 전에 진행했던 소비자 조사 데이터 /삼성전자 제공
    연구원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재를 찾다가 결국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 금속 소재에 주목하게 됐다. 때마침 부품 협력사에서 금속에 미세한 구멍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13만5000개의 구멍 덕분에 냉기가 일정하게 통과하면서 온도차로 발생하는 물방울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무풍 에어컨 출시를 앞두고 자체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무풍 냉방을 체험한 전체 인원 중 약 84%가 ‘무풍 에어컨 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구매하고 싶은 이유로는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고 지속되는 시원함’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선 시대 여름에 얼음을 보관하던 석빙고에 들어가면 바람은 없지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무풍 에어컨은 돌을 대신해 금속을 사용해 석빙고와 같은 환경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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