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2018년 유통 전망] 챗봇·무인점포...신유통 가속화

촛농불 2018. 1. 4. 07:20

[2018년 유통 전망] 챗봇·무인점포...신유통 가속화

  • 김은영 기자  이메일keys@chosunbiz.com


  • 입력 : 2017.12.30 07:05

    2018년 유통업계에서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신(新) 유통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전자태그(RFID),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의 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챗봇

    미혼인 김 씨에게 조카의 돌 선물을 고르는 일은 막막하기만 하다. 김 씨는 챗봇에 도움을 청했다. “이번 주말 조카 돌잔치가 있어. 선물을 추천해 줄래?” 챗봇은 배냇저고리, 보넷, 모빌, 우주복, 애착 인형 등을 제안했다. “애착 인형을 사볼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챗봇은 인형 10개를 추천했다.

    유통업계가 챗봇(Chatbot·대화형 로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챗봇이란 문자와 음성을 통해 인간과 대화할 수 있도록 구현된 채팅 로봇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누듯 로봇이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최저가, 많이 팔린 상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AI 쇼핑 가이드 챗봇 ‘로사(LOSA·LOTTE SHOPPING Advisor)’를 지난 21일 선보였다. IBM AI 왓슨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로사는 채팅을 통해 쌓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요청과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의 70~80%가 매장 직원의 추천에 따라 구매한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옷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엘롯데에서 '로사'와 채팅 및 상품 추천을 구현하는 모습/롯데백화점 제공
    엘롯데에서 '로사'와 채팅 및 상품 추천을 구현하는 모습/롯데백화점 제공
    11번가는 지난 3월 디지털 컨시어지 챗봇 '바로'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생필품과 식음료 상품에 최적화된 ‘마트 챗봇’을 선보였다. 인터파크도 ‘톡집사’를 운영하고 있다. 채팅 창에서 상품 추천이나 관련 제품에 대한 할인 정보 등을 물으면 인공지능 집사 ‘알프레도’가 바로 답을 해준다. 식품전문몰 동원몰은 챗봇 ‘푸디’를 출시했다. 고객에게 인기 상품 추천은 물론 결제부터 배송, 교환 내용까지 채팅으로 안내한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루이뷔통 등도 챗봇을 도입하는 추세다.

    유통업계가 챗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구매전환율(상품 탐색이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1번가의 경우 ‘바로’를 도입한 이후 상담 건수가 이전보다 6배 늘었다. 특히 상담원 근무시간이 아닌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챗봇 이용자의 30%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도 ‘톡집사’ 이용 시 구매전환율이 일반 구매 패턴보다 3배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고객 서비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챗봇의 장점이다. 24시간 일대일 서비스를 하는 챗봇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도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0%가 2020년까지 챗봇을 구현할 것이라고 답했다.

    ② 큐레이션 커머스

    큐레이션 커머스도 부상하고 있다. 이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듯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제품을 골라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일일이 상품의 정보를 검색할 필요 없이 빅데이터와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알아서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 서점에 밀려 고전했던 동네 책방이 최근 다시 뜨는 이유도 큐레이션 덕분이다. 동네 책방은 주로 서점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책을 선별해 판매한다. 대형서점에 가서 발품과 눈품을 팔며 책을 찾는 것 보다, 성향에 맞는 동네 책방 주인이 추천하는 책을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홍익대 인근에 있는 ‘사적인 서점’은 책 마스터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직접 책을 ‘처방(큐레이션)’해주는 방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남성 맞춤 정장 업체 스트라입스와 함께 그루밍박스를 선보였다./스트라입스 제공
    LG생활건강은 남성 맞춤 정장 업체 스트라입스와 함께 그루밍박스를 선보였다./스트라입스 제공

    정보가 많은 온라인에서는 큐레이션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 2011년 설립된 미국의 패션 큐레이션 쇼핑 업체 스티치픽스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성향과 체형에 맞는 옷을 추천하는 방식의 쇼핑몰로 대박이 났다. 스티치픽스의 매출액은 2015년(회계연도 기준) 3억4280만달러에서 2017년 9억7710만달러(약 1조864억원)로 급증했다. 설립 당시 5명이었던 직원도 5800명으로 늘었다. 현재 스티치픽스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22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큐레이션 커머스가 각광받고 있다. 유기농 식자재와 해외 식료품을 판매하는 마켓컬리, 메이크업 제품을 알아서 선정해주는 미미박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상품을 큐레이션해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확산되는 추세다. LG생활건강은 남성 맞춤 정장 업체 스트라입스와 함께 그루밍 박스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스트라입스 고객의 직업과 성향, 취향 등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분석해 2개월 단위로 로션, 클렌저, 쉐이빙크림 등 10가지 상품을 배송한다.

    큐레이션 커머스의 영역은 쇼핑을 넘어 여행, 취미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여행지 및 항공권을 추천해주는 '여행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양여행, 음식여행, 쇼핑여행, 체험여행 등 고객이 설정한 조건에 맞는 항공권과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

    ③ 무인점포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무인점포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오프라인 매장의 무인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편의점 시그니처를 열었고, 편의점 CU도 상품 스캔과 결제를 지원하는 모바일 결제 앱 CU바이셀프(Buy-Self)를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에서 핸드페이(Hand Pay) 시스템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에서 핸드페이(Hand Pay) 시스템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패스트푸드와 카페, 주유소 등도 무인화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매장에 키오스크(무인주문기)를 설치해 터치스크린으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커피 전문점 달콤커피는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카페 ‘비트 바이 달콤’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개점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의 확산에 따라 유통 매장의 무인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결제가 가능한 지능형 매장(스마트 스토어)은 온라인 유통의 성장에 밀려 고전했던 오프라인 유통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전자태그, 가상현실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지능형 매장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④ 렌탈

    소유보다 공유, 소비보다 경험을 더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퍼지면서 렌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2006년 3조원에서 올해 25조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생활 가전으로 시작된 렌탈 서비스는 세탁기, 안마의자, 매트리스, 전기차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는 이달 초 렌탈 사업 전담법인 쿠쿠홈시스를 출범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제습기, 전기레인지,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 품목을 확대해 렌탈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 10월부터 기존 정수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안마의자 렌탈 서비스에 트롬 건조기와 디오스 전기레인지를 추가했다.

     ‘패션은 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며 패션 렌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 앤/유튜브 영상 캡처
    ‘패션은 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며 패션 렌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 앤/유튜브 영상 캡처
    옷이나 가방을 빌려 입는 렌탈 소비도 늘고 있다. SK플래닛이 지난해 9월 선보인 패션 렌탈 서비스 프로젝트앤의 가입자수는 출시 8개월 만에 15만 명을 돌파했다. 세탁기를 공유하는 셀프 빨래방도 인기를 얻고 있다. 위니아 에어컨으로 알려진 대유위니아 자회사를 통해 위니아 24크린샵을 열었고 크린토피아+코인워시, 화이트365, 워시테리아, 크린업24 등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렌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업체들은 차별화된 소통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온라인 렌탈 플랫폼 ‘묘미’를 개설한 데, 이어 롯데렌터카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렌탈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라운지엘(Lounge.L)을 잠실롯데월드타워에 열었다. 회사 측은 “자신에게 맞는 렌탈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최적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렌탈은 가성비 높은 재미를 준다”며 “특히 부모 세대보다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비소유자(Nower, 소유자의 반대말로 소유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대여는 소비의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9/2017122901863.html#csidxf38c1612cfc993b9e1608c3c4d65f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