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이어 철강·섬유·LCD·가전까지
제조업 업그레이드, 신산업 키울 정책 시급
‘반도체 착시’에 가려졌던 한국 제조업의 암울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는 구조조정 태풍 속에 일자리 ‘효자’에서 ‘근심거리’로 전락했다. 철강은 통상전쟁에 급제동이 걸렸고, 섬유도 수출·내수 동반 부진으로 탈진 상태다. 지난해 호조였던 LCD 등 디스플레이까지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이 겹치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제조업 업그레이드, 신산업 키울 정책 시급

잘나간다는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교체주기 장기화,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으로 인해 점차 부정적 전망이 늘고 있다. 반면 추격 대상인 인텔은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쇼에서 보듯, 새 영역을 개척해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세계 최고라던 가전조차 다 끝난 줄 알았던 일본 소니에 프리미엄TV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수출전선도 먹구름투성이다. 산업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10대 수출제조업 중 수출이 개선될 업종은 지난해 부진해 기저효과가 큰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섬유 정도다. 나머지는 수출 감소(조선, 가전) 또는 증가세 둔화(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일반기계)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이제 ‘게임 체인저’는커녕 ‘빠른 추격자’ 지위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혁신성장은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 올인하느라 기존 제조업 활성화는 관심조차 없다. 분배와 노동정책은 넘쳐나는데 산업·통상정책은 거의 안 보인다. 미래 신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혁신 논의도 정치권의 ‘대기업 특혜론’에 막히기 일쑤다. 제조업이 체력도, 의욕도 잃은 만성병 환자를 닮아간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