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_김치냉장고,공기조화 外

TV 사업 추진하는 대유위니아

촛농불 2015. 11. 2. 07:21

TV 사업 추진하는 대유위니아 | 종합가전 변신 시도…매출 1조 도전장

  • 김경민 기자  입력 : 2015.10.30 13:49:03   수정 : 2015.10.30 13: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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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대유위니아가 TV 사업 진출을 검토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대유위니아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과 박성관 대유위니아 대표.
“대유위니아가 전기밥솥에 이어 TV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가전업체들이 은근히 긴장하는 분위기예요. 삼성, LG전자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온 동부대우전자 등 중견업체 입장에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죠. 대유위니아가 TV를 출시하는 건 한마디로 매출을 키워 종합가전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건데 탄탄한 가전제품 라인업을 갖출지 관심이 큽니다.” 한 재계 관계자 얘기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대유위니아가 TV 사업을 전격 추진하면서 재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는 이르면 연내 TV 제품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삼성, LG전자 제품보다 저렴한 중저가 40인치대 TV를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대유위니아는 그동안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주로 생활가전제품 생산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TV 출시를 계기로 종합가전업체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다.

TV는 대유위니아가 제품 기능과 디자인을 맡고 생산은 제조업체에 위탁하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TV 공장을 세워 생산에 나서진 않겠다는 의미다.

대유위니아가 갑자기 TV 사업을 검토하는 배경은 뭘까. 당장 가전제품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란 관측이 많다.

대유위니아 실적을 들여다보면 주로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에서 매출이 나온다. ‘딤채’ 브랜드 김치냉장고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회사 매출 70%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계절상품 성격이 강한 김치냉장고 특성상 1년 내내 꾸준히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이미 상당수 가정이 김치냉장고를 보유해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컨 역시 삼성, LG전자가 에어컨 시장을 점유해오면서 가격을 낮춘 탓에 매출 성장세가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결국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론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사업에 잇따라 진출한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대유위니아가 새로 진출하는 대표 상품은 TV 이외에도 전기밥솥, 에어워셔(공기를 필터 대신 물로 정화하는 기기) 등이 있다.

대유위니아는 최근 ‘딤채쿡’이라는 새 브랜드를 달고 전기밥솥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는 12월 공식 출시를 앞뒀다. 전기밥솥 출시에 앞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25명 인력을 새로 채용했고,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백종원 씨를 광고 모델로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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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40인치대 TV 내놓을 듯

동부대우전자 등 견제 분위기도

대유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기대

전기밥솥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제시했다. 밥솥을 써본 후 제품 가격을 3년 후에 납부하는 일명 ‘페이백’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한 것. 그만큼 품질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쿠쿠와 쿠첸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3년 후 전기밥솥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소형 주방가전제품도 잇따라 선보이는 중이다. 올 들어 휴대용 자연가습청정기 ‘스포워셔’를 비롯해 전기주전자 ‘디바이딤채’를 출시했다. 앞으로도 전자레인지, 오븐 등 주방가전제품을 계속해서 생산하겠다는 포부다.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다. 대유위니아는 485억원을 투자해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로 부근에 1만7627㎡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기존 대유위니아 아산 공장 이외에 광주를 제2 생산물류기지로 삼은 셈이다. 신축 공장에서는 에어컨, 전기밥솥, 에어워셔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박성관 대유위니아 대표가 “2018년 매출을 1조원으로 올리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밝힌 것도 그만큼 제품군이 다양해진 덕분이다. 머지않아 삼성, LG전자에 이어 국내 3위 종합가전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내놓는다. 지난해 매출이 3825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4년 만에 매출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일단 증권가에선 대유위니아 전망을 밝게 본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대유위니아가 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 315억원을 올려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유위니아 영업실적은 196억원 적자였다.

“대유위니아는 자동차용 에어워셔를 필두로 전기밥솥, 전기포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데다 중국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는 중이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에서 차량용 에어워셔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김치냉장고 매출이 늘면서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광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전망이다.

다만 대유위니아가 목표로 잡은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해선 탄탄한 TV 사업 매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대유위니아의 TV 사업이 회사 기대만큼 승승장구할지는 의문이다.

“T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 LG전자도 TV 가격을 내리는 추세라 후발주자 대유위니아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후발주자 입장에선 기술력, 가격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데 동부대우전자 같은 경쟁사들이 많아 시장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재계 관계자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대유그룹 관계자도 “종합가전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TV 사업을 추진 중인 건 맞지만 본격적으로 TV 생산을 시작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기압력밥솥 시장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재 국내 전기압력밥솥 시장 규모는 6000억원 정도로 생활가전제품 중에선 규모가 꽤 큰 편이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 압력밥솥을 선보였지만 2004년 폭발사고가 발생하며 전격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 LG 같은 대형 가전업체 입장에선 전기밥솥 수출 시장이 크지 않아 굳이 사업을 키울 만한 요인이 없었다. 그 사이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양강 구도로 국내 시장을 점유한 상태라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전기압력밥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허 문제도 걸림돌이다. 전기밥솥 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한 IH(인덕션 히팅) 방식 밥솥에서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보유한 특허만 100개를 넘는다. 대유위니아가 특허장벽을 넘어 쿠쿠, 쿠첸보다 밥맛 좋은 밥솥을 개발하긴 여의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전하는 얘기다.

한편에선 대유위니아 입장에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란 관측도 나온다. 쿠쿠, 쿠첸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밥솥 가격이 100만원까지 치솟아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딤채’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저가형 상품으로 승부하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대유위니아가 가전제품 사업군을 넓히면서 대유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대유그룹 주력사인 대유에이텍은 1960년에 설립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부품, 소재 전문기업이다. 기아차 스포티지R, 올 뉴 쏘울, K9 등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시트를 주로 공급해왔다. 현대증권은 대유에이텍 매출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연결 기준 매출 9550억원, 영업이익 381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유그룹은 지주사 격인 동강홀딩스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대유에이텍, 대유신소재), 건설(대유중공업), 금융(스마트저축은행) 등 10여개 계열사를 보유했다. 대유그룹이 주력인 자동차 부품 사업과 관련 없어 보이는 가전회사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건 위니아만도 전신이 한라그룹 자동차 부품사 만도기계(현 만도)의 공조사업부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유에이텍은 대유위니아의 에어컨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공조 부품 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갖췄다.
 


“대유그룹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건 기존 자동차 부품, 금융 사업과 적잖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유위니아가 TV, 밥솥 등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늘리면서 종합가전업체로 변신하면 추후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 사업을 펼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당장 종합가전 시장에서 쟁쟁한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한 재계 관계자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