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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바닥 코일, 골고루 가열… 가마솥 밥맛 그대로

촛농불 2016. 9. 10. 08:44

측면·바닥 코일, 골고루 가열… 가마솥 밥맛 그대로

  • 채민기 기자

     

  • 입력 : 2016.09.06 03:05

    [전기밥솥에 숨은 기술들]

    - 전자유도가열 기술 적용
    내솥 측면 코일 2단으로 감아 많은 양의 쌀 고르게 익혀
    내벽 굴곡 줘 對流 활발하게… 스테인리스 케이스로 보온 유지

    - 가마솥 뚜껑처럼 고압 유지
    뚜껑 닫으면 톱니바퀴 맞물리듯 김이 밀어올려도 들리지 않아
    틈새 2중 고무패킹… 김 안 새… 2기압 넘으면 압력추로 조절

    온고지신(溫故知新). 집집마다 필수품이 된 전기밥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전기밥솥은 단순히 밥을 짓고 온기를 유지해주는 수준을 벗어나 가마솥의 밥맛을 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마솥처럼 윤기 있고 차진 밥을 짓기 위해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전기밥솥에 담긴 쌀을 여러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가열하는 것이다. 둘째는 솥 내부의 높은 압력을 유지해 쌀에 충분한 열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가전 회사들은 이를 통해 더 좋은 밥맛을 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닥 둥근 가마솥처럼 측면에서도 고르게 가열

    가마솥은 밑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둥글어서 장작불의 열이 아래쪽뿐 아니라 측면까지 가해진다. 최신 전기밥솥은 비슷한 효과를 위해 '전자 유도 가열(IH·induction heating)'이라는 기술을 쓴다. 쌀이 담기는 '내솥'의 측면 벽 내부에 구리 코일을 감는 것이다. 이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기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해 솥 안으로 전달된다. 초창기에 나온 구형 전기밥솥은 발열체(發熱體)가 밑바닥에만 있어 많은 양의 쌀을 고르게 익히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한 기술이다. 측면에서 더 강한 열을 집중적으로 내기 위해 코일을 2단으로 감아 발열 면적을 넓히거나, 발열체를 선 모양의 코일 대신 넓적한 띠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열을 가하면 내솥 안에서 물이 끓고 대류(對流)가 발생한다. 대류가 활발해야 쌀에 열이 고루 전달된다. 이를 위해 내솥의 벽 안쪽에 굴곡을 주기도 한다. 대유위니아 김준우 수석연구원은 "움푹 들어간 골짜기 부분에 열이 집중돼 물이 빨리 끓고 기포(氣泡)가 발생해 대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밥솥에 숨은 기술들 그래픽
    그래픽=송윤혜 기자
    전기밥솥의 내솥은 보통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를 여러 겹 겹쳐서 만든다. 과거 많이 쓰였던 알루미늄 내솥은 열 전도율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녹이 스는 단점이 있었다.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를 함께 써서 높은 열 전도율과 청결함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솥의 겉면엔 각종 소재로 코팅을 입힌다. 열 전도율이 좋은 구리를 쓰기도 하고, 철 입자를 고온으로 녹인 뒤 흩뿌려서 쇠를 씌운 것처럼 내구성을 높인 제품도 있다.

    밥을 지은 뒤에는 온기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보온을 위해 여러 번 재가열하면 수분이 날아가 밥이 마르고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부가 진공 상태인 스테인리스 케이스는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진공 보온병이 오랫동안 물을 뜨겁게 담아두듯 내솥의 열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이다.

    뚜껑 무거운 가마솥처럼 고압 유지

    밥을 지을 때 솥 안의 고압(高壓)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압이 높아야 물의 끓는 점이 높아져 쌀에 충분한 열을 가할 수 있다. 높은 산에서 밥을 지으면 기압이 낮아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고 쌀에 전달되는 열이 부족해 밥이 설익는 것과 반대의 원리다.

    가마솥은 뚜껑 무게가 솥의 3분의 1에 달해 김이 밖으로 잘 새지 않는다. 무거운 뚜껑이 압력 유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전기밥솥은 내솥 입구와 뚜껑이 톱니바퀴 모양으로 맞물려 안에서 김이 밀어올려도 뚜껑이 들리지 않게 돼 있다. 여기에 뚜껑과 내솥 사이의 틈을 2중 고무 패킹으로 밀봉해 김이 새지 못하게 막는다. 열을 가해 내부의 공기가 팽창하면, 안쪽의 고무 링이 솥에 직접 닿는 바깥쪽 링을 밀어서 강하게 밀착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최신형 전기밥솥은 밥을 지을 때 약 2기압(지상 기압의 2배)을 유지한다. 밥솥 회사들이 수십만명분의 밥을 지어가며 연구한 결과 2기압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내부 기압이 이를 넘어서면 쌀알이 깨져서 밥맛이 떨어진다.

    지나치게 압력을 올리면 밥솥이 폭발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전기밥솥은 압력추로 기압을 조절한다. 내부 압력이 2기압을 넘어서면 증기가 추를 밀어올려 김이 빠지는 것이다. 이때 뜨거운 김이 지나가는 통로에 여러 개의 차벽(遮壁)을 설치해 증기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배출되도록 한 제품도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김이 배출될 때 사용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