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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전기밥솥은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구매 아이템이었는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탓에 요새는 면세점에서 전기밥솥을 사 가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화장품에 이어 국내 생활가전업계에도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비데와 공기청정기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이 까다로워진 가운데 통관 절차도 엄격해져 한국에서 전기밥솥을 사 가는 중국인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31일 생활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달 수입 공기청정기 성능 조사 결과 8개 업체 제품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중 절반이 LG전자와 신일 등 한국산으로 원산지가 표시된 곳이다. 한국산 중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2개 업체다.
신일산업 측은 "중국 질검총국에서 성능 불 부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한국 공기청정협회에서 CA 마크를 취득했고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는 중국에서 수요가 많은 제품이라 국내 생활가전업체들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산하는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질검총국은 삼성, 대림 등 한국산 비데 43개 제품에 대해서도 불합격 판정을 했다. 조사대상 106개 중 불합격 제품이 47개고 그중 43개가 한국산이다.
생활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유통되는 비데 중 한국산은 품질과 성능 모두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데 무더기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에 대한 보복성 행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국 제품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국내 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 업체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계획 중이었는데 최근 중국 정부의 여러 조치를 보면 당분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검열은 아니지만, 한국 여행에서 돌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통관을 까다롭게 하면서 전기 밥솥업체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전기 밥솥업체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해가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으로 다시 들어갈 때 예전에는 면세품 구매 가격 상한을 느슨하게 봤는데 요새는 엄격하게 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기밥솥은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구매 항목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구매해가는 물량과 대중국 수출, 현지 생산 등을 포함한 국내 전기 밥솥업체의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은 10~15% 정도다. 중국은 회사의 성장성을 견인해나갈 시장이란 점에서 현재 매출 비중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실적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현지 생산 확대나 현지 업체와의 협력 강화 등의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bk8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