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01 03:00
[중국 기업의 大공습]
- 한국서 날개 단 중국 가전
22만원 세탁기, 28만원 냉장고… 주부들 "품질도 생각보다 좋아"
- 낮아진 무역장벽 타고 급속 침투
작년 한국 매출 10~26%씩 뛰어… 국산은 중국서 한한령에 고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 TCL·하이얼·미디어 브랜드를 단 중국산(産) 냉장고·TV·세탁기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23만원인 TCL의 LCD(액정표시장치) TV(32인치)는 국산보다 30만~50만원가량 저렴했고, 22만원짜리 '미디어' 브랜드 세탁기(3.8kg)는 삼성·LG전자 제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었다. 미디어 냉장고(156L)도 저렴한 동부대우의 145L 제품보다 11만원 싼 28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주부 오진영(35)씨는 "80만원 정도면 삼성·LG 같은 국산 제품은 32인치 TV를 사는데, 중국 제품은 55인치를 살 수 있다"며 "중국 제품의 품질도 생각보다는 좋다"고 말했다. 매장 측은 "중국 제품은 전시장에 브랜드별로 1대씩만 들여놨는데도 저가 제품은 3대당 1대꼴로 중국산이 팔린다"고 말했다.- ▲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한 고객이 중국에서 제작한 TCL TV를 살펴보고 있다. 매장 측은 “중국 제품은 전시장에 브랜드별로 1대씩만 들여놨는데도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을 받아 저가 제품군에서 3대 중 1대꼴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낮아진 무역장벽 타고 급속도로 침투하는 중국 가전
이 같은 추세는 KC-CCC 상호인정을 계기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TV·믹서기·조명기구 등 6개 품목에 시험 적용된 상호인정 제도는 올해부터 세탁기·냉장고 등 KC 적용 제품 173종과 중국 CCC 적용 제품 104종 전체로 확대됐다.
조민용 롯데하이마트 글로벌소싱팀장은 "작년 중국산 제품 매출 성장률이 10%에 달해 그동안 하이얼·TCL·미디어 제품을 주로 수입해 왔지만 올해는 하이센스·거리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자체 운영하는 '하이메이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OEM(주문자 위탁생산) 방식으로 만드는 중국산 물량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켓몬스터도 "지난해 미디어와 하이얼의 매출이 23~26%씩 뛴 것을 감안해 올해 세탁기, 에어컨, TV 등의 수입물량을 20%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한령 때문에 맥 못 추는 한국 업체들
반면 한국 가전 업체들은 중국에서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중국 토종 가전업체들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조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한국 가전업체들의 중국 수출 규모(통관 기준)는 2014년 연간 18억55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15억달러, 작년 10억2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중국 가전 기업들이 삼성전자·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TV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내리면서 중국 수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최근 배터리·공기청정기·비데 양변기 등 한국산 전기·전자 제품을 잇따라 통관에서 불합격 처분시키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요즘 중국 통관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곧 전자제품 전수조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를 하면 극소수의 불량품이 나오더라도 반품이나 리콜(recall) 사태까지 갈 우려가 있다.
중국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한 착즙기 전문 업체는 중국 광고모델을 유명 한류 배우에서 현지 여배우로 교체하며 ‘한국색 지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우리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져 현장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국내 중소·중견 가전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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